21년전 킴벌리-클라크사가 기저귀시장을 놓고 프록터&갬블(P&G)와의
전쟁을 선포했을 때 모든 사람들은 킴벌리의 참패를 예견했었다.

전문가들의 첫마디는 "어떻게 감히"였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최근 킴벌리의 북미지역 기저귀시장점유율은 33%로 P&G(41%)의 뒤를 바짝
좇고 있다.

화장지 등 몇몇 품목에서는 오히려 P&G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P&G의 시장점유율이 절반 가까이로 떨어진 것은 당연한 결과.

킴벌리는 또 시장진출 3년만에 당시 2위였던 존슨&존슨을 시장에서
내쫓아버렸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지는 최근호에서 "당시 본지분석팀도 킴벌리의
도전은 무모한 것으로 평가했었다"며 예상이 잘못됐음을 시인했으며 어떻게
킴벌리가 P&G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최대경쟁회사로 떠올랐는지를 상세히
보도했다.

지난 78년 킴벌리 경영진은 매우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주력업종이지만 "돈이 안되는" 임업과 제지업의 비중을 대폭 줄이고
기저귀 등 생활용품시장으로의 사업다각화를 선언한 것.

이같은 경영전략 수정은 무엇보다 P&G를 크게 자극했다.

P&G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킴벌리의 시장진출을 저지했다.

먼저 특허권침해를 걸고 넘어졌다.

킴벌리가 P&G특허권을 도용했기 때문에 이들 제품을 모두 리콜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킴벌리는 미국은 물론 캐나다 멕시코 등 국경을 초월한 수년간에 걸친
법정 공방전을 벌여야 했다.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P&G의 집요함에 손을 들 킴벌리가 아니었다.

드디어 반격의 기회가 왔다.

멕시코에서 P&G가 오히려 킴벌리의 특허권을 침해한 사건이 발생했던 것.

이 두 회사의 법정싸움은 지난 92년 특정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서로
교환하는 선에서 해결을 봤다.

그러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었다.

그같은 냉전상태가 깨진 것은 2년후.

P&G가 유럽시장에서 대폭적인 가격인하로 킴벌리 고사작전을 펼치면서
부터다.

후발주자인 킴벌리로서는 힘든 싸움일 수 밖에 없었다.

가격인하전으로 인해 킴벌리는 지난해 유럽시장에서 8천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킴벌리는 전혀 뜻하지 않은 행운을 잡는다.

P&G의 가격인하전에 견디다 못한 프랑스 기저귀메이커 "포두체"가
킴벌리의 손아귀로 들어온 것.

이로인해 킴벌리의 프랑스시장점유율은 30%로 증가했다.

아르헨티나에서의 시장쟁탈전도 완전한 프랑스 "재판"이었다.

이처럼 P&G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서도 킴벌리는 사업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돈안되는 사업은 과감히 가지치기를 단행했다.

킴벌리는 올연말까지 전세계 소비량의 80%를 차지하던 펄프생산량을 30%로
대폭 줄일 방침이다.

캐나다 스페인 등지의 제지공장도 매각할 계획이다.

킴벌리는 또 그동안 효자노릇을 해온 "크리넥스" 등 화장지사업을 한층
강화했다.

P&G의 교묘한 방해공작을 물리치고 지난 95년 스코트제지사를 94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로인해 화장지부문의 매출은 두배가까이 신장했다.

급성장하고 있는 멕시코 화장지시장에서 킴벌리는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는 성과도 거뒀다.

신제품개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난 89년에는 3~4세 어린이를 위한 새로운 기저귀를 개발했다.

틈새시장을 파고 든 것.

그 결과 연간 5억4천만달러에 이르는 이 틈새시장에서 킴벌리의 시장
점유율은 74%로 늘었다.

경이적인 것이다.

P&G의 8.5%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킴벌리는 또 노인용 기저귀 "디펜드"도 개발해 현재 53.3%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

P&G는 고작 4.7%.

이밖에 재활용이 가능한 부엌용 종이타월개발은 이미 마지막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해외시장에서도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황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남미와 동남아지역에서 킴벌리의
활약상은 눈부시다.

킴벌리는 지난 한해에만도 브라질 코스타리카 체코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등지로 세력을 확장했다.

멕시코(70%) 한국(56%) 호주(36%)를 비롯한 해외시장의 점유율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킴벌리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있다.

웨인 샌더스회장은 최근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P&G의 작년 전체매출
(30억달러)은 킴벌리의 3배에 이른다"며 "이는 세제같은 가정용품매출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라고 불평을 털어놨다.

포브스는 "그럼 가정용품시장에서도 한판 싸움을 준비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샌더스회장의 대답은 "물론이죠"였다.

이젠 이를 두고 어느 누구도 "결과가 뻔한 싸움"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21년전에 그랬던 것처럼.

< 김수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