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바람을 타고 대학들이 "영어 사업"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전문학원이나 기업과 제휴하거나 아예 자체적으로 전문학원을 설립해
영어교육을 사업화하고 있는 것.
교육대상도 기존 교내 어학당처럼 성인일변도가 아닌 초등학생과 미취학
아동까지 넓히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좋은 프로그램으로 차별화된 영어교육을 실시, 시민의
어학능력을 높이도록 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수익을 얻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교육시장개방에 따른 시장선점의 의도도 있다고 학원관계자들은 분석
하고 있다.
서강대학은 초등학생과 미취학아동에게 영어를 교육하는 전문학원인 SLP를
설립해 전국 16곳에서 운영중이다.
SLP의 강사진은 서강대에서 채용한 전문인력.
교육프로그램 역시 자체개발한 것을 이용한다.
초등학생과 미취학아동용 강좌는 1주일에 3일씩 한달에 12번이 기본이다.
한달 수강료는 15만원.
미취학아동이나 저학년 학생들이 공부하는 동안 아이들을 데리고 온
어머니도 강의를 받을 수 있도록 "어머니 클래스"도 만들었다.
어머니 강의 수강료는 월 10만원이다.
한국외국어대학은 동성화학과 제휴해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될 외대
어학원을 설립했다.
오는 6월 1호점을 오픈할 외대어학원은 유아.유치반 초중고반 성인반으로
구성된다.
외대어학원은 특히 강사진을 전원 미국현지인으로 채용키로 했다.
동성화학 미국법인에서 고용한 강사진을 국내로 파견한 뒤 강사육성
프로그램을 이수한 사람들에게 강의를 맡긴다는 생각이다.
외대어학원은 또 일리노이주립대와 공동으로 개발한 어린이용 교육프로그램
을 한국적 정서에 맞도록 전환해 이용키로 했다.
간식 등이 제공되는 유아유치반의 경우 수강류는 월 13만원.
연세대학교는 종로학원에서 설립한 전문어학원 니케이온에 교육용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연세대는 니케이온의 강사진에 대해 연수도 시켜주고 있다.
대학교의 이같은 영어사업은 믿을 수 있는 교육기관에서 체계적으로
가르친다는 점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를 영어학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 김미경(서울
방배동.35)씨는 "영어학원은 많지만 믿고 보낼 수 있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았는데 마침 교육기관인 대학에서 학원을 운영한다고 해 이곳을 택했다"며
"특히 한국적인 정서에 맞춰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게 마음에 든다"
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기관인 대학에서 과열과외를 부추긴다는 곱지않은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뜩이나 사교육비로 학부모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까지
나서 일종의 "과외"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서강대 관계자는 "어차피 교육시장이 개방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결국 전문학원이 몰려올 경우 국내학원은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며
"영어교육이 어차피 대세라면 전문 교육기관에서 한국사람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책임있게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