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소평 사후 중국의 진로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다.

향후 개혁과 개방을 지속, 난관을 극복하고 21세기 초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가 하면 절대적 카리스마를 보유한 지도자가 없어
중국 지도부내 권력투쟁으로 분열과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시기에 향후 수년간 중국의 향방을 객관적이고 심도있게 분석,
전망한 "강택민 시대의 중국"(LG경제연구원 간, 9천5백원)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먼저 저자 한홍석(43)씨가 중국 본토 출신
조선족이라는 점.

흑룡강성 태생인 한씨는 북경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길림성 대외경제
무역위원회에서 6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후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후 95년7월부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 관료출신에다 외국에서 연구활동한다는 이력에 걸맞게 그가 중국을
바라보는 관점은 관점은 독특하다.

먼저 중국 분석에 있어 개인의 카리스마 위주 해석에서 벗어나자고
주장했다.

"5천년 중국역사상 등소평시대까지가 개인적 리더십에 의해 사회가
움직였다고 할 수 있다.

등소평 집권당시 개인숭배와 지도자종신제를 금지하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당규약에 명시하는 등 개인의 절대권위를 없애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따라서 "강택민시대 중국"은 "절대권위자 없는 중국"을 의미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한씨는 절대 권위자 부재를 맞게 된 중국이 혼란에 빠지고 경제개혁이
후퇴할 것이란 일부 견해를 정면 부인했다.

"강택민을 중심으로 한 현 중국지도부가 가장 바라는 것은 사회적
안정이며 사회적 안정을 이루는 유일한 방법은 지속적인 경제개혁
추진이라는데 모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경제개혁은 당분간 "개발독재"가 유지될 것으로 그는 예측했다.

한씨는 "중국은 방대한 자원과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분배할 경제시스템을 갖추지는 못하고 있다.

또 서구적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한 대다수 사람들이 급진적 민주주의
도입을 바라지도 않는다.

따라서 공산당을 중심으로 성장에 포인트를 두고 나머지는 다소 희생하는
개발독재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씨는 성장우선 정책에 기인한 사회적 혼란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경제특구로 지정된 일부 도시와 농촌지역의 격차, 신흥 거부와 대다수
농촌빈민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중국의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는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1950년대 이래 지금까지 중국 사람들은 호구제도에 따라 거주지가 제한돼
갈등이 폭발되진 않았다.

하지만 경제와 통신의 발달에 따라 지역 및 빈부격차에 따른 갈등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 문제가현 지도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중국에서 30년이상을 산 그는 중국진출 한국기업인에게 "중국민족은
자존심이 센 민족이므로 중국인을 무시하면 현지에서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