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미국 프로리다주에서는 이상고온현상이 나타났다.

맥주수요도 덩달아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정작 기뻐해야할 맥주 유통업자들은 울상이 됐다.

한몫 단단히 잡을 수 있는 기회지만 재고가 턱없이 부족해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하지만 네덜란드계 맥주회사인 하이네켄만은 예외였다.

인터넷을 통해 이 지역 맥주재고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
하이네켄은 일찌감치 다른 지역으로 배달되던 맥주를 플로리다로 보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발빠르게 대응할 수있었던 것은 지난해 중반에 도입한 "인터넷물류
관리시스템" 덕분이다.

하이네켄은 인터넷으로 전세계 지사를 거미줄처럼 연결, 지사의 일별
판매량, 재고량, 주문량을 손금보듯 훤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

이를 종합해 맥주 생산량을 조절하고, 배달우선순위를 결정한다.

컴퓨터 판매업체인 이나코사도 외부물류업체에 물류를 통째로 맡겨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이 회사는 물류전문업체인 스카이웨이사의 4개 유통센터를 전진기지로 활용,
제품배달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고 있다.

이나코사는 긴급수송을 위해 위성통신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만일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한 고객이 예정보다 빨리 컴퓨터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고 가정해 보자.

물류를 맡고 있는 스카이웨이는 배달중인 운전수에게 인공위성을 이용해
전자우편(E-Mail)을 보내 가장 가까운 공항으로 직행하도록 지시, 비행기로
제품을 직송해 버린다.

최근들어 이들외에도 애플컴퓨터 P&G등 유명기업들이 잇달아 물류체제를
정비하고 있다.

이들이 물류시스템 개선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

첫번째는 제품 배달시간을 최대한 줄여 고객만족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하이네켄은 새물류시스템의 도입으로 2~3달 걸리던 배달시간을 2~3주로
단축할 수 있었다.

또 이나코사는 물류전문업체인 스카이웨이사를 활용해 배달시간을 25%
가까이 줄였다.

두번째는 물류에드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고물류비용하에서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만 재고와 수송에 드는 비용이 한해에 무려 7천억달러
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불필요한 재고비용을 줄여 보자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매일매일의 재고수준을 정확히 파악해 모든 유통업체들이 항상 적정수준의
재고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수요가 없는 곳에 필요이상의 제고가 쌓여 있다거나 수요가 넘쳐 나는 곳에
재고가 바닥나는 사태를 막아보자는 취지다.

이같은 물류혁명을 가능케하는 것은 바로 인터넷 인공위성등 정보통신수단
의 발달이다.

하우 리(Hau Lee) 스탠포드대 교수는 "인터넷과 인공위성이 전세계를
거미줄처럼 연결해 생산자 유통업자 금융기관 고객간 실시간 대화를
가능토록 한다"며 정보통신의 발달이 물류시장에서 빅뱅을 잉태할 것이라고
말한다.

물류전문가들은 이미 미국에서 물류소프트웨어개발업체, 물류서비스제공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물류업체들의 지난해 수익이 2백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천년에는 그 2배인 5백억달러에 유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나코사의 데니스 스트리트마터부사장은 "우리회사는 물류시스템 개선을
통해 재고품을 정보로 바꾸고 있다"고 말한다.

고물류비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기업들이 곱씹어봐야할 말이다.

< 조성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