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업이 국내 30대그룹 대열에 들어섰다는건 분명 영광이다.

그러나 정작 이번에 새로 30대 대기업그룹으로 신규 지정된 그룹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그룹의 위상제고와 함께 임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졌다는 긍정적 측면 못지
않게 이로써 기업 인수 합병에 제동이 걸리고 정부의 각종 규제대상이
된다는 부정적 요인 또한 무시할수 없기 때문이다.

이뭏든 이들 그룹들은 30대 진입을 계기로 보다 내실을 기하고 재도약의
터전을 마련하다는 각오를 다지며 앞으로 그룹경영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남그룹은 창업 30년을 1년 앞둔 시점에서 30대그룹으로 진입하게돼
매우 고무된 모습이다.

아남은 30대그룹 지정이 발표된 31일 "30대그룹 진입배경"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비메모리반도체 일관공장건설과 TRS(주파수공용통신)사업등
신규부문진출로 30대에 진입하게 됐다고 설명한뒤 내친 김에 21세기엔 국내
10대 그룹과 세계 5백대기업 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남은 68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사업을 시작한 이래 이제까지 반도체와
가전으로 특화된 사업구조와 내실경영을 통해 성장해왔는데 향후 사업구조를
반도체 멀티미디어 정보통신 건설 환경및 금융을 주축으로한 미래지향적
산업으로 개편,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덧붙였다.

< 김낙훈 기자 >

<>.올초 인수한 태평양패션의 실사작업을 4월초로 늦춰 자산산정에서
제외시키면서까지 30대그룹에 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거평그룹은
30대그룹 진입이 별로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아직은 성장단계에 있는데 30대그룹에들 경우 규제만 들어올뿐 실익은
별로 없다"는게 거평이 내세우는 "30대그룹 진입"의 손익계산서.

또 "섣불리 30대그룹에 들어갔다가 내년에 다시탈락할 경우 기업
이미지에도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없지않다.

거평은 그러나 "어찌됐든 일단 30대 그룹안에 들었으니 앞으로 꾸준히
랭킹이 올라갈수 있도록 내실과 성장을 병행하는 알찬 경영을 해나가겠다"는
포부를 피력했다.

< 노혜령 기자 >

<>.지난해 30대 그룹에서 빠졌다가 재진입한 미원은 3월중순 8개기업이
속한 세원그룹을 그룹에 편입시키면서 30대 진입을 예견했던 터라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41년의 역사를 지닌 미원은 "천천히 그러면서도 탄탄하게"라는 그룹
사풍에 걸맞게 21세기에도 식품과 유통을 양대사업군으로 설정, 전문화를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국제화에 적극 나서 한국의 맛을 세계에 알리는데 앞장선다는
전략이다.

또 다른 그룹과는 달리 중장기 매출목표나 성장목표를 밝히지 않은채
양적성장보다는 내실을 기하는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원은 30대그룹이 발표된 31일 계열사중 하나인 미원유화를
금호그룹에 매각키로 발표, 전문화에 걸맞지 않는 기업을 방출시키기도
했다.

< 권영설 기자 >

<>."마이더스의 손" 이순국회장이 이끄는 신호그룹은 30대그룹 진입을
예견했다는듯 무덤덤한 표정이다.

지난 2~3년동안 기업인수에 활발히 나서왔던 신호는 30대그룹 진입을
계기로 기업 인수및 합병의 속도가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호는 2001년 매출 8조원으로 20대그룹에 들어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며 사업구조도 주력인 제지부문을 30%이하로 낮추고 전자 정보통신등
첨단분야와 금융등으로 다각화, 내실을 다지면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진다는
구상이다.

< 김낙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