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콤 주도의 제2시내전화사업권을 겨냥한 재계의 그랜드컨소시엄 구성이
LG그룹의 참여여부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삼성 현대 대우등이 참여할 예정인 이 컨소시엄에 데이콤의 대주주이자
PCS(개인휴대통신)사업권을 딴 LG가 뒤늦게 참여의사를 표명한 때문이다.

이에따라 삼성 현대등 경쟁대기업들이 LG의 참여에 대한 진의확인에 나서는
등 긴장감속에서 강력한 반발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LG그룹의 구본무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시내전화 참여의사에 대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컨소시엄에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검토중"이라고 긍정적인 뜻을
밝혔다.

이어 "컨소시엄에 들어가더라도 (지분참여는) 조금만 할것"이라며 소주주로
참가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 그룹 관계자는 이와관련, "시내전화 사업참여를 위한 검토작업을
진행중이나 아직 지분등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LG그룹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데이콤컨소시엄에 참여를 결정한 삼성
현대그룹은 "절대불가"라며 반대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국제및 시외전화 사업을 운영하는 데이콤의 실질적
대주주인데다 PCS(개인휴대통신) 사업권을 따내 유무선사업을 모두 가진
LG가 시내전화까지 참여한다는 것은 제2의 한국통신이 되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도 "LG가 시내전화 컨소시엄에 들어와서는 절대 안된다"며
"지금 시점에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들은 일단 LG의 움직임을 지켜본뒤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삼성과 현대가 LG의 참여에 대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LG가
갖고 있는 데이콤의 지분 때문이다.

삼성 현대등은 전기통신기본법및 사업법의 "유선전화 동일인 지분 10% 제한"
의 장치가 풀리면 언제든지 데이콤이 LG의 계열사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와함께 삼성 현대가 제2시내전화의 지역분할경영 논쟁이 한창일 때 전국
단일의 데이콤컨소시엄에 참여를 결정한 것에 대해 데이콤으로부터
"컨소시엄에 LG 참여 배제"라는 긍정적 대답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업계에서 흘러 나왔다.

이들은 LG가 데이콤을 가져가더라도 시내전화만큼은 함부로 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과 현대는 따라서 이같은 묵시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내전화
컨소시엄구성을 향한 지금까지의 "평화"가 깨질수도 있음을 은연중에
내비치고 있다.

한전을 등에 업은 회선임대사업자인 두루넷이 데이콤과는 다른 별도컨소시엄
을 추진하고 있고 삼성 현대등이 무게중심을 이곳으로 옮길 가능성도 배제
하지 않고 있어서다.

< 윤진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