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동포를 돕기 위한 종교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올해 북한의 식량부족량이 2백만톤으로 예상되는데다 춘궁기를 앞두고
"4월 대란설"까지 나돌자 종교계가 대북 식량직송 방안을 강구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불교 조계종은 4월중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식량을 직접 전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조계종 총무원은 5월까지 두차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고 싶다는 "대북
식량 긴급지원에 따른 협조요청서"와 이를 위한 "북한주민 접촉신청서"를
통일원장관에게 보냈다.

총무원은 이 공문에서 "남북간 화해와 평화통일의 시금석을 마련하고자
"한민족공동체를 위한 모금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며 "1차분을 북한에
긴급지원코자 하니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총무원은 지원방법으로 <>판문점을 통한 전달 <>제3국 경유 전달
<>제3국에서 조선불교도연맹에 전달등 3개안을 내놓고, 전달주체는
총무원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통일원측에서 "적극 검토" 의사를 비쳐 성사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석우 통일원차관은 24일 송월주 조계종 총무원장을 방문,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김차관을 수행한 조명균 인도1과장은 "대북지원이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정부 기본방침을 준수하는 가운데 조계종의 대북지원이
성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종교계가 북한에 식량을 직접 전달하겠다며 북한주민 접촉승인을
요청하고 지원협조요청서를 낸 경우는 올들어 처음.

이번 지원이 성사될 경우 다른 종교의 대북지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불교계는 지난해 12월 "우리민족돕기 불교운동본부"를 만든데 이어
"한민족공동체를 위한 모금대법회"와 "민족이 하나임을 깨닫는 동체대비
탁발" 등을 잇따라 실시했다.

모금은 5월까지 계속된다.

기독교 개신교계는 개별적으로 추진해온 북한지원운동을 "북한 동포
후원연합회 (식량은행)"로 통합, 4월중 5억원 규모의 대북 지원을
성사시킨다는 목표로 전달경로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 운동에는 13개 교단과 개인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또 예장통합, 기장 등 국내외 9개 교단은 지난달 미국 선교협의회에서
1백만달러 규모의 대북 식량지원계획을 확정, 모금이 끝나는대로 북한의
조선기독교도연맹에 전달할 계획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지난해 "북녘형제와 국수 나누기
운동"을 시작해 현재까지 5억원을 마련, 이중 4억3천만원을 적십자사에
전달했다.

천주교는 시민단체들과 협력해 감자 2천톤 (8억원 상당)을 북한에 보낼
계획이다.

한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우리민족 서로돕기 불교운동본부 등은
27일 오후 서울 흥사단강당에서 18개 종교.시민단체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북한동포에게 옥수수 1만톤 (17억원 상당)을 보내기 위해 4월2일까지
범국민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들은 이날 대정부 선언문을 통해 "정부는 4자회담 성사여부와
관계없이 독자적인 대북식량지원책을 강구하고 민간차원의 대북지원활동에
대한 규제를 철회해 민간모금운동의 활성화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