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페이션트"와 "파고"의 싸움은 일단 "잉글리시..."의 승리로
끝났다.

현대와 삼성의 영화판 대결로 불리는 이 승부는 25일 미국LA 쉬라인
오디터리움에서 열린 제69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잉글리시 페이션트"가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조연상 등 9개 부문상을 받음으로써 잉글리시쪽의
승산이 확실시되고 있다.

두 작품은 15일 국내에서 동시 개봉되면서 여러가지로 관심을 끈 작품.

"잉글리시 페이션트"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남자의
지순함을 그린 멜로물이라면, "파고"는 장인의 돈을 타내려고 청부업자를
시켜 아내를 납치한다는 블랙코미디 액션물이다.

"잉글리시..."는 영국감독 앤터니 밍겔라 연출작으로 1월 골든글로브
최우수작품상.작곡상을 받아 "영국의 미국침략"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만들었고, "파고"는 미국 영화계의 자존심 코엔형제의 작품이어서
두 영화의 경합은 "아카데미 시상식장의 영미 대결"로 일컬어졌다.

"잉글리시..."는 아카데미 12부문 "파고"는 7부문 후보에 올랐다.

"잉글리시..."는 현대계열사인 금강기획, "파고"는 삼성영상사업단이
각각 수입해 영상사업에 뛰어든 두 대기업의 "작은 대리전"으로 주목을
끌었다.

23일 현재 입장 관객은 "잉글리시 페이션트"가 8만명, "파고"가
6만8천명으로 "잉글리시..."가 우세한 상태.

"잉글리시..."는 대한 씨네하우스 씨티극장 등 6곳에서 하루 4회,
"파고"는 브로드웨이 씨네하우스 신촌그랜드 롯데월드 등 10곳에서 하루
6회 상영되는 만큼 1회당 관객에서는 "잉글리시..."가 단연 우세한 셈.

공교롭게도 두 영화 모두 기획사 "올댓시네마"에서 홍보를 맡았다.

심영 올댓시네마 기획실장은 이같은 결과를 두 영화의 관객층 차이탓으로
풀이하고 있다.

"잉글리시..."는 "아름다운 불륜"을 소재로 해 주부들 (낮)과 20~30대
영화팬 (저녁)이 함께 찾는 반면, "파고"는 액션영화여서 주로 저녁과
주말 20대 대학생.직장인 관객이 보기 때문이라는 것.

"올댓 시네마"가 2월말 대학생 5백명에게 실시한 모의투표에서는
"잉글리시 페이션트"가 아카데미 작품상, "파고"가 감독상을 받았었다.

< 조정애 기자 >

< 주요 수상작 및 수상자 >

<>작품상 = 잉글리시 페이션트
<>감독상 = 잉글리시 페이션트 (앤터니 밍겔라)
<>남우주연상 = 샤인 (제프리 러시)
<>여우주연상 = 파고 (프란시스 맥도먼드)
<>남우조연상 = 제리 맥과이어 (쿠바 구딩 주니어)
<>여우조연상 = 잉글리시 페이션트 (줄리엣 비노쉬)
<>각본상 = 파고 (코엔 형제)
<>각색상 = 슬링 블레이드 (빌리 밥 솔튼)
<>외국어영화상 = 콜리아 (체코)
<>주제가상 = 에비타 (앤드류 로이드 웨버)
<>의상상.편집.음향.작곡.촬영상 = 잉글리시 페이션트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