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주 중소기업청장(54)은 컴퓨터 앞에 앉으면 지난 89년 10월 상공부
(현 통상산업부)에 근무하면서 겪었던 한 "사건"을 떠올리곤 한다.

그때 그는 컴퓨터산업을 담당하는 전자전기공업국장으로 발령 받았다.

컴퓨터의 "컴"자도 몰랐던 그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공직을 떠나야 하는가"를 놓고 고민했단다.

그러나 공직을 천직으로 삼았던 그는 컴퓨터를 배워야겠다고 굳게 마음먹고
한 컴퓨터 교육센터를 찾았다.

"여름휴가 6일 동안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컴퓨터에 매달렸습니다.

여기서 밀리면 공직인생 끝이라고 생각했지요.

벼랑끝에서 배운 컴퓨터교육이 공직생활의 최대 자산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정청장은 컴퓨터교육 덕택에 정보마인드를 갖출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
했다.

그의 정보마인드는 특허청장, 중기청장 등으로 승진하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특허청장 재직시 서류로만 접수했던 특허출원 자료를 디스켓으로도
제출할수 있도록 했다.

디스켓으로 제출한 사람에게는 인센티브를 줬다.

이 정책은 특허관련정보 DB구축 사업의 기반이 됐다.

작년 12월 중기청장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그의 정보화 행군은 계속됐다.

중기청장 취임과 함께 "중소기업분야 정보화 추진계획" 작성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달 발표된 이 대책은 <>중소기업관련 정보의 통합관리체제 마련
<>중소기업 DB 개발 <>중소기업행정의 전산체제 확립 등 다양한 중소기업
정보화대책을 담았다.

중기청에서는 이를 두고 "정청장의 정보마인드 작품"이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어려움에 처한 국내 중소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금융.세제지원 등
직접적 지원책 보다는 그들의 자생력을 키울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
해야 합니다.

정보화야 말로 가장 핵심적인 중소기업 지원책입니다"

정청장은 중기청업무에 그룹웨어(국정보고 유통시스템)를 도입하는데도
앞장섰다.

어지간한 결재는 전자결재시스템으로 처리한다.

담당 국장에 대한 업무지시도 그룹웨어를 활용하고 있다.

그는 컴퓨터 앞에 앉아 주요 경제뉴스를 검색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가 요즘 특히 관심을 두는 분야는 정보통신분야 벤처기업 육성책.

기술력은 있으면서도 자금이 없어 고민하는 중소 벤처기업을 지원키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중이다.

"우리 경제가 살아나는 길은 경쟁력있는 중소 벤처기업을 발굴, 육성하는
겁니다.

미국 경제가 지금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는 것도 벤처기업 덕택입니다"

그는 "중기청장으로 있는 동안 성장유망분야인 정보통신쪽 벤처기업 육성에
혼신의 힘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글 한우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