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법 200조는 누구든지 허가없이 상장사 주식을 10%이상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증권시장의 대부분 투자자들은 오는 4월1일자로 이 규정이 폐지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장사 대주주는 거의 없다.

그대로 믿었다가는 바로 최근 증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도파처럼 공격을
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현행 증권거래법에는 규정만 있을뿐 지켜지지 않은 규정이 많다.

대표적인게 5%이상 취득했을 경우 신고토록 하고 있는 대량소유 공시규정
(5%룰)과 증관위의 허가없이 10%이상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대량소유
제한규정이다.

물론 이 규정들은 보통의 투자자들에게는 잘 지켜진다.

문제는 적대적인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세력들은 반드시 이 규정을 교모하게
피한다는 점이다.

미도파 대구종금 항도종금 등에서 모두 이러한 지적이 나왔다.

다른 사람 명의로 주식을 사 모은 다음 공개매수를 통해 자기명의로
돌리거나 아니면 외국인 명의로 사 두었다가 자신의 명의로 돌리는 것이다.

4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증권거래법은 이러한 형태의 주식매집을 차단하기
위해 같은 목적으로 주식을 매입했을 경우 "공동소유자"로 취급하도록 했다.

그러나 개정법이 시행되더라도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동일 목적으로 매입했다는 사실을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인수합병시장에서는 여전히 편법 논쟁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장법률사무사무소 고창현 변호사는"새로 도입되는 공동소유자 개념은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많아 분쟁이 따를 것이며 특히 5%룰을 위반했을때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어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주총결의 취소소송
등의 쟁송이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엉성한 규정은 경영권 방어 전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위장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 상장사 대주주가 없다는 말은 증권시장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일부 대주주들은 위장지분을 이용해서 주가를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권당국이 시세조종보다 내부자거래에 더 비중을 두고 조사 처벌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최근에는 사모전환사채와 사모신주인수권부사채가 시비거리로 등장했다.

한화종금과 미도파는 현행 회사채 인수규정을 피해 이들 사채를 발행,
공격자들과 법정에서 유효성 다툼을 벌이고 있다.

증권당국은 엉성한 인수합병규정에 대해 시장자율화 추세의 결과라고
밝힌다.

많은 기업들이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마당에
주주권 침해를 들어 이를 전면 제한할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공격자나 방어자의 행위가 법취지에 위배되는지의 여부는 결국
당사자들끼리 법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자율화에 따른 새로운 제동에 맞춰 공격 방어 당사자들은 새로운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는게 증권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박주병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