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의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가 국내 초연된다.

예술의전당 (사장 이종덕)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한국바그너협회
(이사장 김경원)와 함께 20~21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니벨룽의 반지"를 선보이는 것.

"니벨룽의 반지"는 가극사상 유례없는 방대한 규모와 뛰어난 음악성으로
널리 알려진 바그너 최대의 역작.

서사시 "니벨룽겐의 노래"와 "에다" "베르중이야기" 등 게르만민족의
중세문학을 바탕으로 낭만적인 기사도정신과 헌신적인 사랑에 의한
구원사상을 담아냈다.

그러나 줄거리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긴데다 곡해석 또한 어려워 국내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 등 4부로 구성된
이 음악극은 하루 4시간씩 4일동안 공연해야 하는 대작.

발음과 창법에서 난해한 곡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이번 무대에서는 로린 마젤이 편곡한 "니벨룽의 반지중 관현악곡
하이라이트 (The Ring without Words)" (20일)와 "발퀴레" 1막전곡
(21일)을 연주한다.

전작공연이 아니어서 아쉽지만 그동안 토막으로 소개됐던 작품을
음악극이라는 완성된 형태로 처음 선보인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이번 공연을 위해 바그너전문연주단인 독일 바이로이트오케스트라 소속
연주자 24명이 내한해 KBS 교향악단과 협연한다.

바그너계의 전통을 잇는 지휘자로 명성높은 한스 발라트가 지휘를 맡고,
"독일의 플라시도 도밍고"라 불리는 테너 르네 콜로, 유럽무대에서 이름
높은 소프라노 안나 토모와 신토가 각각 지그프리트와 지그린데역을
맡는다.

출연진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훈딩역의 베이스 강병운(49).

베를린 국립음대 출신의 강병운은 동양인으로는 처음 바이로이트 무대에
나서 88년부터 5년간 "니벨룽의 반지"에 출연하다 94년 귀국,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