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외환관리 이대론 안된다] (2) 헤지도 모르는 경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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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대책을 세우라고 하는데 선물환은 무조건 안된다고 하니 답답해 미칠
지경입니다"
중견 전자부품업체인 H사 외환담당 직원의 하소연이다.
부품 해외의존도가 높은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원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경기가 안좋은데 가격을 올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내려온 사장의 지시는 "특별대책을 세우라"는 것.
실무자들은 곧 선물환매입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만들어 올렸다.
외환시장에 대한 기초조사와 함께 장단기 환율전망까지 곁들여진 것이었다.
그런데 사장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선물환은 너무 위험해.
(선물환거래를) 잘못하다가 졸딱 망하는 수가 있거든"
실무자들은 아연실색했다.
"환율변동의 위험을 피하는 수단으로는 선물환거래가 가장 기초적인 것"
이라고 수차례 역설했지만 "쇠귀에 경읽는" 격이었다고 한다.
"선물환은 위험한 투기"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해프닝이었다.
비슷한 이유로 국내굴지의 그룹인 LG그룹도 지난해부터 선물환거래를 거의
중단하고 있다.
LG상사의 한 관계자는 "선물환매매는 위험성 등 여러가지 이유로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LG그룹이 그동안 선물환거래를 하다가 상당한 손실을 입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소문만이 외환시장에 떠돌고 있다.
이처럼 선물환을 위험시하는 시각은 기업 경영진들 사이에 상당히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실무자들의 "사려깊은" 건의를 면박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LG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대기업들도 선물환거래에 갖가지 제약을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사전결제를 받으라는 것.
한솔무역의 한 관계자는 "매시각 매분마다 환율이 변하는데 근거자료를
만들어 사전에 보고하고 나면 거래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강원산업의 예를 들어보자.
강원산업은 최근 외환거래 운용지침을 작성, 결제를 앞두고 있다.
사전결제를 줄여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쉽게 결제가 안되고 있다.
실무자들은 "잘 모르겠다"며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고 있다.
아마도 경영진들이 실무자들의 역량을 못믿고 있거나 선물환에 대해 여전히
불안을 느끼고 있거나 둘중의 하나일 것이다.
물론 선물환거래에는 다소의 위험도 따를수 있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환위험을 최소화할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기업경영자들이 이토록 선물환을 위험시하는 것은 몇년전 외환시장에서
호되게 당한 경험이 한몫하고 있다.
특정기업을 지칭할 것없이 상당수의 대기업들은 지난 90년대초 한창 재테크
바람이 불때 섣불리 선물환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이때 거래는 헤지라기 보다는 문자그래도 재테크차원의 투기적 성격이 강한
것이었다.
담당임원들이 크게 낭패를 봤음은 불문가지.
이 소문이 재계에 퍼지면서 각 기업들이 선물환거래를 극도로 꺼리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 다시 환율이 오르자 경영진들은 좌불안석이 돼버렸다.
"헤지"를 해야 한다는 외환실무자들의 주장에 "투기"로 면박을 주고는
있지만 불안한 속내를 달랠 길이 없다.
그러다보니 공연히 정부의 외환정책만 탓하며 세월을 죽이고 있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2일자).
지경입니다"
중견 전자부품업체인 H사 외환담당 직원의 하소연이다.
부품 해외의존도가 높은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원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경기가 안좋은데 가격을 올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내려온 사장의 지시는 "특별대책을 세우라"는 것.
실무자들은 곧 선물환매입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만들어 올렸다.
외환시장에 대한 기초조사와 함께 장단기 환율전망까지 곁들여진 것이었다.
그런데 사장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선물환은 너무 위험해.
(선물환거래를) 잘못하다가 졸딱 망하는 수가 있거든"
실무자들은 아연실색했다.
"환율변동의 위험을 피하는 수단으로는 선물환거래가 가장 기초적인 것"
이라고 수차례 역설했지만 "쇠귀에 경읽는" 격이었다고 한다.
"선물환은 위험한 투기"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해프닝이었다.
비슷한 이유로 국내굴지의 그룹인 LG그룹도 지난해부터 선물환거래를 거의
중단하고 있다.
LG상사의 한 관계자는 "선물환매매는 위험성 등 여러가지 이유로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LG그룹이 그동안 선물환거래를 하다가 상당한 손실을 입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소문만이 외환시장에 떠돌고 있다.
이처럼 선물환을 위험시하는 시각은 기업 경영진들 사이에 상당히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실무자들의 "사려깊은" 건의를 면박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LG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대기업들도 선물환거래에 갖가지 제약을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사전결제를 받으라는 것.
한솔무역의 한 관계자는 "매시각 매분마다 환율이 변하는데 근거자료를
만들어 사전에 보고하고 나면 거래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강원산업의 예를 들어보자.
강원산업은 최근 외환거래 운용지침을 작성, 결제를 앞두고 있다.
사전결제를 줄여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쉽게 결제가 안되고 있다.
실무자들은 "잘 모르겠다"며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고 있다.
아마도 경영진들이 실무자들의 역량을 못믿고 있거나 선물환에 대해 여전히
불안을 느끼고 있거나 둘중의 하나일 것이다.
물론 선물환거래에는 다소의 위험도 따를수 있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환위험을 최소화할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기업경영자들이 이토록 선물환을 위험시하는 것은 몇년전 외환시장에서
호되게 당한 경험이 한몫하고 있다.
특정기업을 지칭할 것없이 상당수의 대기업들은 지난 90년대초 한창 재테크
바람이 불때 섣불리 선물환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이때 거래는 헤지라기 보다는 문자그래도 재테크차원의 투기적 성격이 강한
것이었다.
담당임원들이 크게 낭패를 봤음은 불문가지.
이 소문이 재계에 퍼지면서 각 기업들이 선물환거래를 극도로 꺼리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 다시 환율이 오르자 경영진들은 좌불안석이 돼버렸다.
"헤지"를 해야 한다는 외환실무자들의 주장에 "투기"로 면박을 주고는
있지만 불안한 속내를 달랠 길이 없다.
그러다보니 공연히 정부의 외환정책만 탓하며 세월을 죽이고 있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