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회장단이 11일 회의에서 적대적인 기업인수합병(M&A)에 공동대응키로
결의한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현실에서 기업경영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최근 신동방그룹이 미도파백화점에 대해 M&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회원사간 "갈등"의 매듭을 풀기 위한 의미도 있는 듯하다.

전경련 관계자는 "최근 편법적인 M&A시도와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
때문에 기업경영이 불안해지고 있다는 회장들의 우려가 높았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모그룹회장은 이 자리에서 "현재의 제도로는 소유분산우량기업이 오히려
적대적 M&A의 주공격대상이 된다"며 범경제계 차원의 정책건의를 강도높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이처럼 M&A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제도상의 미비로 인해
앞으로 적대적 M&A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해 기업들이 본연의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기업경영권 안정을 담보해온 증권거래법 2백조의 "10% 이상
주식대량취득 제한 조항"이 3월말로 폐지됨에 따라 적대적 M&A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어서 재계의 이같은 우려는 곧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을 출자 및 소유제한 등 규제로 묶어 놓았으니
적대적 M&A에 기업들은 속수무책일수밖에 없다는게 재계의 지적이다.

손병두 전경련부회장은 이와 관련 "특히 외국인의 적대적인 M&A로부터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출자제한, 지분제한 등 각종 제한을 과감히
풀어야 한다는데 회장들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전경련 회장단의 이날 결의는 또 "남의 회사를 빼았는 것"에 대한 경제계
전반의 저항감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경련이 이례적으로 대농과 신동방그룹이 벌인 갈등에 대해 화합을 촉구
하고 중재를 제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전경련부회장인 신명수 신동방회장은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권영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