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마침내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공동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수합병(M&A)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가운데 무차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공격을 더 이상 방관할수 없음을 천명한 것이다.

증권전문가들은 전경련의 입장을 인수합병제도의 과도기에 나타나는 편법을
차단하려는 고육책으로 해석하고 있다.

제도가 정착되기를 기다렸다가는 어떤 돌이킬수 없는 폐해를 입을지
모르므로 우선 공동대응하는 형식으로 편법적인 공격을 방어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인수합병시장에서는 최근 제도상의 헛점을 이용한 편법이 활개를
치고 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미도파주식 매입과정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날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외국인들이 주당 1만2천원에서 1만3천원에
매입한후 3만원이상에 신동방과 고려산업 성원건설등에 매입주식의 절반
정도를 넘겼다.

신동방은 단순 투자목적으로 미도파 주식을 매입했다고 주장하다가 최근
에는 미도파의 인수를 검토중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증시 관계자들은 이에대해 신동방이 외국인을 동원해서 미도파주식을
매집한후 미도파를 인수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5%이상을 보유하게 되면 신고해야 하는 5% 룰과 증권관리위원회의
허가없이 10%이상을 취득하지 못하도록한 취득제한규정을 사실상 위반하게
된다는 것이다.

신동방은 물론 "동방페레그린에 미도파 주식을 매입해 달라고 주문만 냈을
뿐 주식을 내다 판 외국인들 전혀 알지 못한다"며 외국인동원설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외견상으로는 신동방이 외국인을 이용했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증권감독원이 외국인들에대해 일일이 조사할수 없는 헛점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현행법의 헛점을 노린 인수합병사례는 미도파 외에도 많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이날 현재까지 두달 남짓동안 대주주가
실질적으로 변경된 회사는 8개사에 달했다.

지난 96년에 1년동안 모두 25개사였던데 비하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물론 정당한 방법으로 주주권을 찾으려는 시도도 있고 상호 협의아래
경영권을 넘긴 경우도 많다.

대구종금 항도종금의 경우 공격측의 공개매수에 방어측의 맞공개매수까지
이어졌다.

그런대로 대등한 경쟁이 이루어졌다고 볼수도 있다.

하지만 주식을 위장분산하거나 공시규정을 위반하는 등 불법 편법을 동원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방어하는 대주주들도 사모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우호적인 3자에게
발행, 기존 주주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미도파 역시 이에 관한한 편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M&A의 역사가 오래지 않은데다 합리적인 룰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사실 기업인수합병은 기업의 경쟁력강화라는 시각에서 보면 바람직한 면도
없지 않다.

경쟁력이 약한 기업과 기업인을 도태시키는 효과를 갖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오는 4월부터 상장기업의 주식을 10%이상 매입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폐지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당하고 합법적인 인수합병시도는 허용돼야 한다"(윤현수
코미트M&A 대표)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따라서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허점을 이용해서 공격하는 등의 불공정한
게임은 자제돼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특히 기존 경영진의 비효율이나 해사행위를 지적하지도 않은채 또 회사를
인수해서 어떻게 발전시키겠다는 명확한 입장도 표시하지 않은채 인수를
시도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박주병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