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대우 동양매직 등 가전사들이 국내 시장에 들어와 있는
외산가전제품에 대해 정면승부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은 특히 외산의 "아성"으로 꼽히는 대형냉장고.대형세탁기 식기세척기
휴대용카셋트 전기면도기 등의 제품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어서 앞으로
대형시장은 "국산 대 외산"의 승부처로 부상할 전망이다.

가전사들은 또 국산제품이 외산에 비해 품질부문에선 뒤떨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인지도에서 떨어진다고 보고 비교시연회
로드쇼 등의 독특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어 마케팅 성공여부에 따라선
가전산업의 판도변화마저 예상된다.

외산제품 몰아내기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삼성전자.

삼성은 최근 고급 세탁기의 대명사격인 "드럼식 세탁기"를 출시, 외산
세탁기를 집중공략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내수시장 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등지도 드럼식 세탁기를 수출,
안팎으로 외산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와함께 삼성은 올 상반기중 GE 월풀 등이 장악하고 있는
사이드바이사이드냉장고(문을 앙 옆으로 여닫는 냉장고)를 출시할 계획이다.

우선 700l급 제품을 시판하며 올 연말까지 7백50l급 대형제품들도
지속적으로 출하한다.

사이드바이사이드 냉장고에선 LG전자와 동양매직도 내부적으로 시장
참여를 확정하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LG는 GE와의 합작문제가 매듭지어지는 대로, 동양매직은 올연말께
대형사이드제품을 선보일 계획.

소니 아이와 등 일본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휴대용 카셋트시장에선
삼성과 LG가 각각 정면승부를 걸었다.

LG의 무기는 연속 85시간 재생이 가능한 충전식 소형 카셋트 "아하프리"인
반면, 삼성은 초박형디자인인 "마이마이"로 일본제품을 몰아낸다는
복안이다.

LG는 특히 국산제품이 품질면에서 뒤떨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인지도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다고 판단, 이벤트성 행사로 국산제품 인지도
향상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디자인과 기능을 보강한 "마이마이" 신제품으로 휴대폰
시장에서 모토롤라를 앞지른 "애니콜신화"를 재현해 보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세탁기와 식기세척기 분야에선 동양매직이 외산을 몰아내는 첨병역할을
자처하고 나서 주목된다.

동양은 식기세척기에선 불림기능 등 이른바 한국형 기능을 채택했으며
세탁기에선 3차원 폭포수류로 엉킴형상을 해결한 "사이클론"을 출시했다.

브라운 필립스 일색인 전기면도기시장에서도 국내 가전사들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기면도기 제조의 핵심인 모터기술을 도입해 국내
중소기업에 무상으로 이전시키는 등 전기면도기 기반기술을 갖추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밖에 대우는 일제가 장악하고 있는 액정 캠코더 제품의 구색을
강화하고 디지털 캠코더를 상품화할 계획으로 있는 등 외국산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가전사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같은 "외산몰아내기" 전략은
마케팅분야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마이마이" 제품 비교시연회나 동양매직이 벌이고 있는
세탁기 시연회가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 리빙시업본부 김영두 사업부장은 "고급형은 곧 외국산이라는
이미지때문에 우수한 제품의 국산이 홀대당하는 일이 많았다"며 "외산제품이
장악하고 있는 대형제품군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선 정면승부를 거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의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