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의 연내 매각은 과연 가능할까"

김만제포철회장이 "위탁경영중인 한보철강 당진제철소를 연내에 제3자에게
인수시키고 코렉스 공장의 완공은 그 인수자에게 맡기겠다"고 밝혀 한보철강
의 매각 가능성 여부가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한보철강의 연내 매각은 포철의 희망사항일 뿐이며
성사 가능성은 극히 불투명하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당진제철소가 최종 완공돼 정상가동된 뒤라도 인수할까 말까 한데
경제성 여부마저 의심스런 코렉스공장을 준공시키지도 않은채 넘기려
한다면 누가 가져 가겠느냐는 것이다.

김회장의 연내매각 발언은 또 지난달초 포철이 한보 위탁경영에 착수하면서
"제3자 인수 등은 정상가동이 어느정도 된 후에 채권은행단이 알아서 할 일"
(지난달 4일 김회장 기자회견)이라던 입장에서 다소 선회한 것이다.

포철 입장에선 정상화 여부가 확실치도 않은 골치거리인 한보철강으로부터
가능하면 빨리 발을 빼고 싶다는 얘기로 받아들여 진다.

확대해석하면 당진제철소 안에서도 뜨거운 감자인 코렉스 공장엔 손을
대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도 비쳐진다.

하지만 문제는 포철의 희망사항이 정말 실현될 수 있을지 여부다.

이에 대한 재계나 관련업계의 반응이 시큰둥하기 때문이다.

"포철도 발을 담그고 싶지 않아 하는 한보철강을 누가 떠안으려 하겠는가.

포철마저 손 든다는 것은 그만큼 한보철강이 애물단지란 반증 아닌가"
(철강업계 관계자)

실제로 한보철강의 인수가능 기업군으로 예상되고 있는 4대 그룹 모두
고개를 가로 젓고 있다.

현대그룹은 "당진제철소는 근본적으로 경제성이 없는 공장"이라며
"그 부실덩어리를 인수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고 삼성그룹도 "자동차
반도체등에 대한 투자도 바쁜데 웬 한보철강 인수냐"는 반응이다.

LG그룹 관계자도 "PCS(개인휴대통신)등 그동안 벌려놓은 사업을 제대로
추스리는 것 외엔 관심이 없다"고 말했고 대우그룹은 "검토조차 해본적이
없다"고 밝혔다.

물론 정부가 산업은행등의 대출금을 전액 출자로 전환해주는 등 특단의
혜택을 준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도 민간기업 입장에선 특혜시비에 휘말릴 가능성
때문에 극도로 조심스런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제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아직 여러 의혹이
풀리지 않은 한보철강을 자칫 이번 정권때 인수했다가 다음 정권에서
무슨 봉변을 당할지 아느냐"고 말했다.

결국 "한보철강 연내 매각추진" 발언은 김회장이 그 실현성여부를 떠나
개인적인 희망사항을 밝힌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반응이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