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치러진 인천 서구와 수원 장안구의 보궐선거에서 신한국당이 참패,
민심의 소재가 극명하게 표출됐다.

특히 야당후보들에 비해 지역적 연고등 모든 면에서 우세한 여권후보가
야권후보들에게 더블스코어로 뒤졌다는 것은 여권핵심부가 대폭적인 개각을
단행하는등 노동법정국과 한보사태에 대한 민심수습책을 내보였음에도 불구,
"민심이반"이 여전함을 입증했다.

뿐만아니라 신한국당 후보들이 선거전략으로 현정권이나 신한국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개인적인 조직표에
기대를 걸었음에도 유권자들이 신한국당 소속이라는 자체에 등을 돌렸다는
것은 여권핵심부의 향후 정국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보선결과로 유추해 볼때 여권이 노동법 변칙처리와
한보사태 이후 뚜렷한 정국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채 총리경질과
개각이라는 상투적인 수습책을 제시한 것으로 국민들이 평가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번 보선결과는 또 상당한 시간이 남아있긴 하지만 오는 12월의 대통령
선거에도 다소 영향을 미칠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야권은 후보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집권 가능성이 높을것으로 자신감을
가질수 있게 된 반면 신한국당의 차기주자들은 현정권과의 차별화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게 될것으로 보인다.

사실 신한국당은 두곳의 보궐선거중 한곳쯤은 그래도 이길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인천 서구의 경우 이미 재선의 경력을 가진 조영장 후보가 버티고 있었고
수원 장안구의 경우 자민련 이태섭 후보의 수서 사건 관련 전력으로 최소한
한 곳은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막상 선거결과가 여당의 참패로 나타남에 따라 향후 대선을 남겨둔
신한국당으로서는 당내외로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지 않을수 없게 됐다.

더욱이 이번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로는 처음으로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단일후보를 냈다는 점에서 소위 "DJP연합"의 실험대였다고도 볼수 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이같은 야권공조가 일단 "성공"한 셈으로 나타났고
이는 올해 대선에서의 야권후보단일화 분위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선거는 지역선거 였고 투표율이 30%대에 미치는등 대체로
유권자들의 관심이 부진한 상태에서 치러진 만큼 투표결과가 바로 민심을
반영한다거나 향후 대선을 가늠한다고 단정지을수는 없다.

그러나 총리경질에 이은 개각과 여권의 당지도부 개편이 이미 예정된
상황에서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표출된 "민의"는 올해말 대선과 여권의
향후 대권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하다.

< 김선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