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같이..., 여자가 여자다워야지, 싸가지가 없어"

"뭐라고, 너희한테 당할 내가 아니야. 조용히 못해"

국회 대정부 질문이 진행중이던 지난 2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의
대표들간에 오고간 말이다.

한보사태의 의혹을 파헤치고 노동법 등을 재개정 하자며 소집된 제1백83회
임시국회가 시작된지 열하루가 지나갔다.

각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이어 지난 월요일부터 분야별 대정부 질문이
시작됐지만 정작 국회소집의 주목적인 한보사태 진상조사는 물론 노동법
재개정 작업은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대신 여야 모두 약속이나 한듯 이전의 국회가 그랬듯이 인신공격과 폭언
야유를 연일 일삼고 있다.

개회후 열하루가 지난 현 시점에서 여야 모두의 소득(?)이라면 상호간
"치마들추기식"의 폭로전을 통한 상대방 흠집내기 정도를 들 수 있다.

대정부 질문에 나선 여야의원들은 각 소속당의 "전위대"로서 상대방에
대한 인식공격에만 매달리는 모습이다.

상대방에 대한 폭언과 비난에는 "초선"의원들이 더욱 앞장섰다.

선배의원들의 암묵적인 "후원"을 얻으면서.

그러다 보니 사소한 여야간 약속마저 손바닥 뒤집는 정도로 깨버리기
일쑤다.

상호간 비방전으로 25일 하루를 그냥 보낸 여야는 이날 인신공격성 질문을
자제키로 했지만 바로 다음날인 26일 약속을 깨버리고 말았다.

야당의 현철씨에 대한 각종 의혹제기와 여당의 김대중총재의 과거 전력에
대한 시비는 27일에도 되풀이 됐다.

여당의 노동법 날치기 새벽처리와 이에따른 파업, 그리고 한보사태,
파국으로 치닫는 경제...

산적한 과제를 안고 출발한 국회는 "국가적" 문제는 뒷전에 미루어두고
"당파적"이해를 계산하고 서로를 헐뜯느라 또 하루를 보냈다.

김선태 < 정치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