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이 24일 노동관계법 야당단일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함에 따라 노동법 재개정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재계와 노동계는 야당의 단일안이 앞으로 전개될 노동법 재개정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이날 즉각 긴급회의를 소집하는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야당안을 검토한 재계와 노동계 모두 불만을 표시했다.

야권 단일안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정리한다.

< 편집자 >

========================================================================

경제계가 야당 단일안이 발표되자 마자 노무담당임원 긴급회의를 갖는 등
부산하게 움직인 것은 여야가 노동계에 밀려 정치논리로 노동법을 재개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경련이 이날 논평을 통해 "정치권이 당리당략이나 인기영합적인 차원을
탈피해 책임을 지고 진정으로 우리 경제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
으로 노동법 재개정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같은 우려가
경제계에 팽배해 있음을 반영한다.

경제계는 그동안 쟁점이 돼왔던 <>복수노조 <>노조전임자임금 <>쟁의기간중
무노무임 <>정리해고 <>변형근로 등에 대해 야당이 노동계의 편을 일방적
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손병두 전경련부회장은 "야당이 이들 조항에 대해 국제적 기준을 반영해
만들었다고 발표했지만 전임자에게 회사가 급여를 주고 쟁의기간중에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과연 국제적 기준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경제계가 이날 30대그룹 노무담당임원회의를 통해 이들 핵심쟁점중에서도
특히 <>전임자 임금 요구 금지 <>무노동 무임금 원칙 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건 만은" 마지막까지 양보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모그룹 관계자가 회의 직후 "이 두 조항은 반드시 노동법 재개정에 반영
돼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노동법재개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계가 이 두가지를 마지막 카드로 택한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현실적으로 노동법 관련 쟁점 중 이 두가지가 임금과 직접 연계돼
기업의 경쟁력를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존 사원들의 임금도 동결하는 판에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전임자의 임금을 회사가 책임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전임자임금을
없애지 못하고 무노무임원칙을 지켜 내지 못하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 두 조항이 현실적으로 가장 설득력높은 협상카드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복수노조문제등은 이미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일반화된 관행이기 때문에
반대논리가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웠지만 전임자임금지급금지와 무노무임
원칙등은 세계적인 "상식"이기 때문이다.

이날 노무담당임원들이 이 두가지 원칙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본으로서
이것이 포함되지 않는 노동법 재개정은 필요도 없고 의미도 없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이해를 깔고 있다.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인정할 만한 요구를 내놓아 여.야 정치권의 "잘못된
타협"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지가 내포돼 있다는 얘기다.

조남홍 경총부회장은 "전임자 임금지급금지, 무노무임등 임금과 직결된
조항마저 노동계나 야당의 요구대로 새노동법에 반영되면 우리 경제는
최악의 결과를 맞을 지도 모른다는 재계의 입장을 정치권이 제대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재계의 이 "마지노선"이 과연 지켜질 수 있을지 주목
된다.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