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선 <비뇨기과의원(서초구 서초동) 원장>

얼마전 TV에서 다른 수컷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고 힘이 없는
이구아나의 독특한 생식방법을 보았다.

보통 발정기의 암컷 한마리를 두고 4~5마리의 수컷 이구아나가 생식을
위한 쟁탈전을 벌이는데 작고 힘없는 이구아나는 항상 경쟁에서 밀려나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탁월한 대안은 있었다.

작은 이구아나는 암컷을 보면 먼저 자위행위를 통해 사정을 한후 배출된
정액을 꼬리부분에 감춰둔 상태로 기회를 엿보다가 재빨리 암컷을 덮치면서
목덜미를 깨물어 잠깐 암컷의 정신을 흐리게 한다음 숨겨놓은 정액을 암컷의
몸속에 집어넣고 이때부터 정상적인 교미관계를 시작한다.

이러다가 설령 힘센 이구아나에 의해 쫓겨난다 하더라도 이미 종족보존에
필요한 절차는 끝마친 셈이다.

이같은 모습은 생식만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세계의 성에서 더 빨리
사정한다는 것이 그만큼 바람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즐거움을 함께 추구하는 인간사회의 성은 가치기준이 다르다.

성생활은 남녀가 서로 성적쾌감을 즐기며 본능적인 성욕구를 해소하고
아울러 인간적인 친밀감과 신뢰를 쌓아가는 토대가 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남성이 너무 일찍 사정해버리면 여성이 상대적으로
만족할 기회를 갖기 어렵고 남성의 자긍심은 손상당하기 쉽다.

물론 남편이 조루인 사실을 전혀 문제시하지 않는 부부가 아직은 훨씬
더많다.

여성의 성적만족 추구를 사회구조적으로 제한시켜 오던 전통사회에서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성적만족 추구를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면서
조루증을 적극적인 치료대상으로 삼는 사람들도 그만큼 늘고 있다.

30대후반의 K씨가 찾아와 대뜸 성기의 감각을 둔하게 하는 수술을
요구했다.

결혼 10년째인 그는 매번 사정이 너무 빨랐지만 그로 인한 문제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지내왔다.

하지만 어느날 아내가 자신과의 성생활에서 즐거움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낌새를 알아챈후부터는 발기력도 떨어졌고
아내와의 관계도 옛날같지 않게 됐다고 했다.

자신이 너무 예민해서 조루증이 생긴 것이라 믿고 병원을 찾은 것이다.

수년전만해도 의학계는 조루증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남성의학발전으로 치료시작전부터 좋은 결과를 확신할 만큼
조루는 가장 쉬운 치료대상의 하나가 됐다.

치료를 위해 우선 성행위 도중의 쾌감에 익숙해지는데 목표를 둔 약2주간
감각훈련이 필수다.

이훈련을 간혹 사정을 참는 인내력훈련으로 오해하고 어려울것이라 편견을
갖는 사람들이 있지만 실은 오직 성감각에 익숙해지는데 목표를 둔것이어서
누구나 쉽게 할수 있다.

더욱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전문병원에서 각종 시청각교육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밖에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나 수술이 병행되는데 감각훈련은 결코
빼놓을수 없다.

이런 치료가 이뤄지면 조루증환자의 90~95%가 바람직한 수준의 사정조절
능력을 갖출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