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필 고려대 교수 (56.고고미술사학과)가 실크로드미술에 대한 30년
가까운 학문적 천착을 통해 얻은 연구성과들을 한데모아 "실크로드미술-
중앙아시아에서 한국까지" (열화당 간)를 펴냈다.

"실크로드미술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매달려온 그동안의 집착에서 벗어나
문제를 보다 비평적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하자는 뜻에서 책을
준비했습니다.

실크로드미술의 특성을 소박성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서술한 13편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거의 10여년전에 쓰여진 것도 있고 비교적 최근에 쓴 글도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는 일관된 관점이 유지되고 있다고 봅니다"

"실크로드미술"은 주마간산식의 여행기, 혹은 지극히 전문적인
학술보고서와 달리 전문적.학술적 성과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음에도
미술사, 특히 실크로드미술에 대한 기초지식이 부족한 독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쓰여졌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이 책은 두가지 측면에서 기존의 실크로드미술 관련서와 전혀
다른 평가를 받을만하다.

첫째는 중국의 변방미술 정도로 치부돼온 실크로드미술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깨고 그것을 지역미술이 아닌 중심미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려 놓고
있다는 점이며, 두번째는 고대 한국미술이 실크로드미술과 상당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관점이다.

"우리문화가 중국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지만 그들과 다른 것처럼
실크로드미술 역시 헬레니즘문화.인도문화.중국문화의 단순한 아류문화로
보아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로마유리 등이 경주고분에서 출토되는 사실을 고려할 때 경주는
확실히 실크로드미술의 연장선상에서 파악돼야 할 역사도시입니다.

이 두가지 사실을 토대로 실크로드미술을 새롭게 발견해 나간다면
비전문가들도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까지 모두 4번 실크로드를 찾았다는 권교수는 특히 90년 유네스코
본부가 주관한 "국제 실크로드 학술 대탐사"에 참가해 세계 각국의
학자들과 함께 실크로드를 탐사한 체험은 그간의 연구에 대한 확신을
갖게해 준 소중한 기회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실크로드지역에 많은 한국기업들이 진출해 있음에도
그 문화와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부쩍 늘어난 미술사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무척이나 반갑다는
권교수는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미술사관련 교양서로 "예술의
의미" (허버트 리드 저 문예출판사 간)와 "미의 순례" (강우방 저 예경
간)를 추천했다.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국립중앙박물관에 재직했던 권교수는 프랑스
파리3대학에서 수학한 뒤 독일 쾰른대에서 박사학위 (미술사전공)를
받았다.

영남대를 거쳐 91년부터 고려대 교수로 재임중이며, 지난해 발족한
중앙아시아학회 회장도 맡고 있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