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소평의 사망은 한중간 최대 외교현안으로 남아있는 황장엽 북한노동당
비서의 망명협상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국상을 당한 중국으로서는 현실적으로 황의 한국행에 대한
남북한과의 외교접촉을 활발히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협상이
다소 지연되면서 자연스레 황의 "한국행"이 다소 늦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유광석 외무부 아.태국장은 20일 등의 사망과 황의 망명문제에 대해
"반드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고 두고봐야겠지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중국측의 장례절차등으로
황의 망명협상이 지연될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국장은 "정종욱 주중대사가 어제(19일) 당가선 중국 외교부부부장을
면담해 황비서 본인 의사를 존중,국제관례에 따라 하루속히 한국으로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와관련, 정대사와 북경에 파견된 김하중외무장관특보등은 이날
중국측과의 실무협상 마무리를 위해 중국측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등의
사망 여파로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들은 황의 망명사건이 장기화되더라도 등의 사망이
사태해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등의 사망으로 혁명 1세대가 퇴장함에 따라 향후 중국 지도부가
개혁.개방을 내걸고 실용주의 노선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또 중국측이 최고실력자를 잃은 만큼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황비서
사건을 조기에 해결하려고 시도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등이 의식불명에 빠진 이후 중국측이 보여온 태도가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중국은 황비서 사건 발생후 처음으로 19일 관영 신화사통신을 통해
황비서가 북한의 납치 주장과 달리 자유의사로 북경주재 한국영사관에
망명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중국 국영 중앙 TV(CC TV)도 저녁 뉴스를 통해 "중국은 국제법과
국제관례에 따라 관련 국가의 주중기관과 소속원에 대한 안전조치를
취했다"며 향후 "국제법과 국제관례"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게다가 중국측과 주창준 주중북한대사간의 19일 면담이 10여분만에
끝남으로써 북.중간에 이미 황의 망명을 허용키로 합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결국 황의 신병처리에 대한 결정은 장례절차와 추도기간 만큼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 이건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