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북한노동당국제담당비서의 망명사건을 놓고 남북한이 중국을 상대로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씨의
피습사건은 황비서의 망명사건처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사건이 북한측 사주를 받은 공작원이나 남한내 고정간첩등에
의한 소행임이 명확히 밝혀진다면 북한측에 큰 타격을 줄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정부로서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황의 한국망명요청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중립적인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중국측도 이씨의 피습사건이 북한측 소행으로 드러나면 "테러국"인 북한의
손을 적극적으로 들어주기는 힘들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테러행위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여론이
확산될 경우 황의 "한국행 협상"이 의외로 "급행열차"를 탈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정부는 이번 피습사건이 "악재"로 작용,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될 것에 내심 우려하고 있다.

당초 황의 안전한 한국행을 위해 중국과의 외교적 협상을 계속하는 한편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 가능한한 북한측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내부방침을
세웠던 정부로서는 이번 사건으로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긴장국면에 돌입,
북한이 돌발적인 모험을 감행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이번 이씨 피습사건은 황의 망명사건과 관련해서 사태해결에 큰
변수가 되는 한편 경우에 따라서는 황의 한국행을 앞당길수 있는 촉매작용을
할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 이건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