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최종 승부는 돈벌이"

미식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라던 슈퍼스타의 이미지도 주위의 따가운
눈초리도 아랑 곳없이 요즈음 돈벌이에 혈안이 돼 버린 O.J. 심슨을 두고
하는 얘기다.

유명세 덕분에 세기의 재판을 두차례씩이나 치룬 심슨은 그동안 변호사
비용을 대느라 완전히 빈털털이가 돼 버렸다.

축구장과 재판장을 거쳐 이번엔 시장(비즈니스)에 승부를 거는 심슨.

이혼한 아내를 죽인 혐의로 재판을 받기전 심슨은 백만장자였었다.

형사재판에서 살인혐의를 벗었을 때만 해도 그는 수기집필, 인터뷰등
적잖은(?) 장사만으로도 거액을 거뭐쥘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지난 5일 민사재판에서 살인자로 낙인찍혀 8백50만달러의 배상금을
물게 된데다 약 1천만달러의 처벌금이 뒤따를 것으로 확실해지면서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오죽 다급했으면 본인이 죽였다는 혐의를 받는 아내의 묘지 앞에서
찍은 사진까지 광고업자에게 팔아넘겼을 정도.

한때 미국운동선수중 최고의 연봉을 받았던 그가 푼돈이라도 돈이 될만한
아이디어라면 뭐든지 OK다.

하이테크까지 동원했다.

생일카드에 자신의 음성인사말을 넣어주는 대가로 1만5천달러를 챙겼다.

스타들의 고전적인 비즈니스인 사인제공은 기본이고 인형, 동상, 메달,
한정판 초상화제작 등 코흘리게 주머니까지 노리고 닥치는대로 계약을 맺고
있다.

심슨을 감옥에 넣는데 실패한 원고측은 "죄악을 판다"고 욕하지만 한푼이
아쉬운 그는 전처와 좋았던 시절 휴가사진까지 35만달러에 지방광고사에
팔았다.

심슨의 인생유전은 "돈이 모든 것"이라는 미국사회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이동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