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의 위탁경영인이 박득표 전포철사장에서 손근석 포스코개발회장으로
바뀐 것은 "한보 살리기"에 포철OB(전직) 대신 포철YB(현직)가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한보철강 위탁경영을 계기로 박태준(TJ)사단이 전면에 복귀하려는
움직임에 쐐기를 박겠다는 정치적 의미가 담겼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박전사장이 위탁영인으로 내정된 뒤 이대공 전포철부사장등 포철
전직 임원들을 끌어 모았고 마침 2일 귀국한 박태준 전회장도 기자회견 등을
통해 한보사태의 책임자로 정부를 직접 겨냥한게 위탁경영인 교체를 촉발
시켰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한보철강 위탁경영인의 교체는 한편으로 경제논리보다는 정치
논리가 앞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번 위탁경영인 교체 배경에 대한 포철의 설명은 "한보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

포철은 "그동안 채권은행단이 전직 임원보다는 현직 임원들을 위탁경영인
으로 선정해 보다 적극적으로 한보철강 경영정상화에 나서 줄 것을 요청했고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박전사장이 위탁경영조건으로 자금집행은 물론 인사권등까지 요구
하며 시간을 끌자 채권은행단들이 보다 강력히 현직임원의 파견을 요청했다
는 부연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표면적 이유야 어찌됐던 실제 내막은 정치논리에 좌우됐다는 해석이
많다.

무엇보다 한보철강 위탁경영에 "TJ라인"이 대거 참여하려는데 대한 정치적
부담감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다.

위탁경영인으로 내정된 박전사장은 실제로 채권은행단에 인사권등 포괄적
경영권을 요구하며 "TJ사람들" 모으기에 열중했다.

특히 이대공전부사장등과 행동을 함께하며 관리 판매 건설 공장운영등
주요 포스트에 전직 포철임원들을 대거 참여시키려는 조짐을 보였다.

지난 92년 대선을 전후에 정치적인 이유로 포철을 떠났던 OB들이 "개선
장군"처럼 재등장한다는 설왕설래를 낳았던 건 당연하다.

현 정부로선 여간 부담스런 대목이 아니었다.

게다가 박태준 전회장의 귀국후 행보도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으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전회장은 2일 귀국하면서부터 2차례나 기자들에게 한보사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적지 않음을 지적했다.

그의 뒤에는 박전사장 이전부사장등 포철 전직임원들이 서 있었음은
물론이다.

포철 OB들의 한보철강 위탁경영을 배경삼아 박전회장이 목소리를 높여
정부를 비판한 것은 정부입장에선 정치적으로 해석하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또 한보철강의 공사비 과다등의 액수가 언론에 중구난방식으로 터져 나온
것이 한 요인이란 분석도 있다.

정부는 한보철강의 과대포장된 투자비등의 내역이 주로 박전사장 주변에서
흘러 나왔다고 보고 있다.

"경영정상화보다는 문제점 들추기에 더 신경쓰는 사람을 위탁경영인으로
쓸 수 있겠느냐"(정부관계자)는 말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어쨌든 위탁경영자가 전격 교체됨으로써 한보철강의 위탁경영등 경영정상화
일정은 다시한번 곡절을 겪게 됐다.

또 포철로선 자의든 타의든 한보철강의 경영정상화에 발을 깊숙이 담그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 됐다.

한보사태의 내막 만큼이나 한보사태의 수습과정도 정치적인 요인등으로
꼬여만 가고 있는 양상이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