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자들이 고난도기술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업체가 있어 화제다.

부천의 부성금속(대표 조희장)은 청각장애자들이 생산현장을 가꾸어가는
이색적인 업체다.

전체직원 21명중 청각장애자(2급 중증)는 10명.

이들은 싱크대등 50여종의 주방기구를 소비자의 주문대로 척척 제작하고
있다.

이들 장애자들은 단순 조립생산이 아니라 직접 기술개발에도 참여하는
점이독특하다.

이들의 개발노력에 힘입어 부성은 지난해 음식물처리기중 최고난도
제품인 음식물쓰레기 소멸화장치를 개발, 최근 활발히 공급하고 있다.

이제품은 음식물쓰레기를 매일 투입하고 6개월간 배출하지 않아도
발효매체및 미생물에 의해 자동 발효.소멸처리 되도록 설계된 고성능
장치.

구청 초등학교등의 주문이 잇따르고 있어 회사측은 올해 판매목표를
1백대로 잡고있다.

장애인 초보자를 기술자로 양성한 것이 주효한 셈이다.

이들은 오더를 받으면 스스로 생산계획을 세워 수급을 맞출 정도로 제반
업무도 능하다.

같은 청각장애자인 조선장공장장(이사대우.조사장의 형)이 생산현장을
총괄하고 생산과장이 수화를 배워 장애자와 정상 근로자간 통역을 맡아
작업을 원활하게해준다.

생산현장이 이러다 보니 장애자들도 심리적 안정상태에서 일을 할수 있게
마련.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타공장으로 이직했던 장애인기술자들이 다시
부성을 찾을 정도가 됐다.

이때문에 다른 제조업체와는 달리 부성은 생산인력 확보로 고민하진
않는다.

부성은 92년 창업무렵부터 5명의 장애자를 고용했다.

한국청각장애자복지회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등에 의뢰해 장애인을
채용하고 있다.

당시 조사장은 비정상인에게 기술을 가르친다고 미쳤다는 소리를
종종 듣곤 했다.

심지어 장애자가 만드는 제품이라며 외부에서 주문조차 하지않는
경우도 있었다.

조사장은 "듣지못해 항상 글로 써가며 기술을 가르치고 이해력이
부족한 그들을 끈기로 이끌었다"고 초기상황을 전한다.

인내 없이는 장애인을 고용해성공하기가 쉽지않음을 나타내주는
대목이다.

이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들은 초보자에서 전기.가스용접 판금 할것없이 전천후 작업이 가능한
다기능 엔지니어로 성장했다.

주임 대리등 직책도부여받고 있다.

기술개발및 품질향상에 전념해 하자없는 첨단제품을 만드는 이들의
노고가 제대로 평가받게된 셈이다.

이미 정상인보다 나은 품질의 제품을만드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임금등에서 평근로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주방업체 종사자 평균임금에 비해선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조사장은 "말못하는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볼때 가장 안타깝다"며 더많은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서도 사업을
확장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병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