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없었다면 연구고 집필이고 내앞에 산적한 일 가운데
무엇하나도 제대로 처리해 낼수 없었을 겁니다"

요로결석 전립선질환 등에 획기적인 치료법을 도입, 국내 비뇨기
과학계에서 이론과 임상 양면에서 독특한 영역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
김세철 중앙대 의대부속 용산병원장은 컴퓨터 없이는 단 하루도 살수
없다고 말한다.

김원장이 컴퓨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6년초.

애플사의 컴퓨터와 9핀도트프린터를 40만원의 "거액"을 들여 구입하고
동료.후배 의사들과 하루에 1~2시간씩 워드프로세서 실행법을 배웠다.

워드프로세서를 터득한 순간부터 일년의 절반이상을 논문쓰기에 보내는
그에게 컴퓨터는 많은 시간과 정력을 비축케하는 은인이 됐다.

오자수정과 문단옮기기가 어찌나 간편한지 식은죽 먹듯 논문을 작성할수
있었다.

지금 쓰고 있는 586펜티엄컴퓨터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지만 하늘을
나는듯 기분이 가볍고 혁명적인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김원장은 하루에 3~4시간을 컴퓨터앞에서 보낸다.

재미있는(?) 환자를 발견하면 특이한 임상관찰내용을 일기쓰듯 PC에
남겨놓는다.

그는 의학논문외에 의학교과서와 일반인이 이해할수 있는 건강도서도
내고 있다.

또 신문 방송을 통해 의학지식을 전파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많은 글을 쓰면서도 비슷한 글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컴퓨터
덕분이라고 말했다.

대한비뇨기과학회에서 수련의 교육과정을 총괄하는 수련이사를 맡았던
그는 병명별 발병건수, 수술별 시술건수 등의 통계를 내기 위해 "엑셀"을
배웠다.

또 의학영상슬라이드제작에 필요한 "파워포인트"를 익혀 도끼자루 썩는
줄도 모르고 시간을 보낸다.

이제 김원장은 웬만한 프로그램은 2시간이면 사용법을 체득할수 있는
수준이 됐다.

최근 그는 PC통신 유니텔에 건강상담코너를 개설하기 위해 협의중이다.

그가 못마땅해하는 것은 실력없는 의사들이 남의 연구성과나 의학데이터
베이스를 복사해 PC통신이나 음성정보에 개설한 건강상담코너.

그래서 그는 의학정보를 백과사전식으로 전달하는 기존 PC통신 방식을
탈피, 질병별 증상별로 상세한 제목을 달아놓고 순차적으로 정보를 열람해
들어가는 방식으로 정보를 공급할 계획이다.

김원장은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걸려 축적된 정보가 날아간다면 자신의
연구진척은 3년정도 후퇴하게 될 것"이라며 "백업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병원행정과 진료 연구 교육에 쫓겨 올바른 컴퓨터사용자의 덕목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종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