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의 회계처리 역시 총체적 부실로 드러나고 있다.

공인회계사의 감사와 신용평가 회사의 평가절차도 모두 부실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평가와 공인회계사의 감사제도는 말그대로 금융을 떠받치는 양대
인프라로 불리지만 이번 한보사태에서는 이들 사회적 감시자들이 모두 눈뜬
장님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나 투자자로부터의 집단 소송등 후유증도 예상
된다.

본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보철강은 이미 지난 93년부터 당기순이익이
급감하는등 심각한 상태에 들어섰고 <>94년에 1백74억원 <>95년 6백85억원
등 적자 규모도 눈덩이 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천6백6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회복불능 상태에 들어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공인회계사의 감사를 거쳐 발표된 회사측 자료에는 93년
1천3백12억원의 흑자를 비롯 94년에도 4백94억원 상당의 흑자를 낸 것으로
되어 있다.

이익규모를 6백억원이나 조작한 셈이다.

95년에는 실제적자의 4분의1인 1백72억원의 적자만 계상했고 96년 상반기
역시 실제적자의 절반만 장부에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이 이처럼 조작된 것이라면 나머지 재무상황에 대한 신뢰도
역시 크게 낮아 질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보철강의 공인회계사는 청운 회계법인으로 지난 2년동안 연속해서 "적정"
의견을 표명했다.

"적정"의견은 회사측이 제공한 회계결과가 기업회계준칙에 따라 적절하게
이루어졌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대규모 당기순이익 조작이 사실이라면
청운회계법인의 책임 문제도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에도 심각한 부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등 2개 신용평가사는 지난 10일 한보가 부도
일보 직전에 몰려있는 상황에서도 양회사가 모두 한보의 신용등급을 무보증
사채 발행이 가능한 BBB-로 분류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회사채 발행을 위한 신용등급은 AAA부터 D급까지 모두 20개 등급이
매겨지지만 이미 부도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매겨진 등급이 금융기관의
보증 없이도 채권을 발행할수 있는 BBB-라는 점은 등급 사정 절차에 심각한
의문을 남기고 있다.

< 정한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