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세한의 땅 제주에 간지
몇 몇 해가 되었지만
한번 간다 하면서도 끝내 못갔네.
내 바다를 건느기가 차마 어려워
도시의 찌든 시간들을 벗지 못했네.

그대가 바다를 그리고
산을 세울 때
나는 부초처럼 도시를 떠다녔고
인사동이 닫힐 때야
남원리나 서귀포가 떠오르고 했었네.

우리들 지운 세월 아직 모자라
얼만큼 더 가야
그대의 나라 "중도"가 보일까.
내 바다 건너 제주에 이르면
그날에사 "중도의 경계"가 보일까.

시집 "메시지를 남겨주세요"에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