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삼성그룹의 쌍용자동차 인수설이 또 다시 증폭되고 있다.

루머의 골자는 삼성그룹이 쌍용그룹과 쌍용자동차 인수에 합의하고 실사팀
을 쌍용자동차에 파견했다는 것.

여기에는 오는 15일이나 17일께 양 그룹이 쌍용자동차의 인수를 공식적으로
발표한다는 구체적인 일정까지도 포함돼 있다.

쌍용그룹은 자동차의 3조5천억원에 가까운 누적적자를 해소할 재간이 없어
자동차사업을 포기한다는 것이고 삼성은 쌍용자동차를 넘겨 받아 갓 시작한
자동차사업에 활력을 불어 넣으려 한다는게 루머의 배경이다.

기업 인수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기업을 인수하려는 쪽의 의사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대상기업을 인수하려 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대효과가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삼성과 쌍용은 인수협상을 구체화시켜 가고 있을까.

두 그룹 고위 관계자들의 공식반응을 들어봤다.

[[[ 삼성그룹 입장 ]]]

삼성의 고위 관계자들은 그러나 쌍용자동차에 별 관심이 없음을 되풀이해
밝히고 있다.

물론 삼성이 자동차사업에 신규 진출하던 당시 쌍용자동차 인수를 포함한
수많은 가능성을 검토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는게 삼성측의 공식적인 반응이다.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지승림전무(기획팀장)는 "쌍용을 인수해 삼성이 얻을
실익은 아무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전무가 강조하는 부분은 크게 두가지.

우선 새로 시작한 신규공장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느라 다른 기업을 넘볼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삼성은 이미 부산승용차공장과 대구상용차공장에 3조원을 쏟아 부었다.

앞으로 1기 투자가 끝낼 때까지 1조5천억원이 더 들어가야 한다.

게다가 2,3기 투자도 예정돼 있다.

자금사정이 좋은 것도 아닌 상태인데 쌍용을 인수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
이다.

쌍용을 인수한다해도 삼성과 쌍용의 자동차사업 추진방향이 다르다는게
걸림돌이다.

삼성은 승용차사업에 목을 걸고 있는데 승용차업체라면 몰라도 상용차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쌍용을 인수해 얻는 이익은 없다는 것이다.

삼성자동차 홍종만사장도 "자동차사업에 신규진출하기전 쌍용을 인수하려는
노력은 있었지만 지금으로선 쌍용 인수의 메리트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쌍용을 인수한다면 상용차부문에 도움이 되겠지만 상용차사업을
위해 그만한 부채를 떠안을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필요하지도 않은 업체를 인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니냐는게 삼성의
공식적인 분명한 입장인 셈이다.

[[[ 쌍용그룹 입장 ]]]

쌍용그룹도 "쌍용자동차 매각설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는 기존의 설명을
반복하고 있다.

쌍용 고위관계자는 9일 "쌍용자동차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전그룹차원의
자구노력을 벌이고 있는 상태에서 왜 또 이런 루머가 도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누적적자가 3천6백억원에 이르고 총부채가 3조5천억원
에 육박하는 등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현재
산업은행에서 빌린 대출금 5백억원을 출자금으로 전환시켜 주고 단자사의
단기채를 장기저리융자금으로 바꿔 줄 것을 재정경제원과 통상산업부 등
관계 당국에 요청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은 이와 함께 정부에 출자한도의 제한을 풀어주는 특례조치를 취해줄
것을 건의하는 등 갖가지 경로를 통해 자금난을 덜기위한 자구노력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의 또 다른 관계자는 "9천원대에 쌍용자동차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이
아직 증권시장을 빠져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이들과 일부 작전세력
이 묵시적으로 협력해 루머가 증폭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번 루머가 쌍용자동차에서 흘러 나온 것에 대해서도 그룹차원의
감사를 실시하면서 "알려지지" 않은 얼굴들이 쌍용자동차사업장에 많이
나타나 "삼성의 인수 실사팀"으로 오해받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 산업은행 입장 ]]]

산은 관계자는 현재까지 쌍용측으로부터 출자와 관련된 어떠한 공식요청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문제에 관해 현재까지 전혀 검토한 바가 없음을 강조했다.

< 김정호.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