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증시상황의 심각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자리였습니다"

박청부증권감독원장과 함께 지난 7일오후 과천의 경제부총리 집무실을
방문했던 홍인기증권거래소 이사장이 전한 회의분위기다.

걱정만하는 정도라면 최근의 증시상황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식이 너무나
안이하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사태의 심각성을 논할 단계가 아니라 뭔가 분명한 "액션"이 취해
져야할 시점이라는 점에서다.

최근 일련의 시장조사를 보면 너무 한가하다.

정부는 한날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에 지나지 않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증시의 공황조짐은 이미 지난해 10월께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용매물이 우려됐고 수급불균형을 통한 매수기반 약화가 가시화됐던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연기금의 주식매수 확대방안을 축으로한 "대형호재설"만
양산해왔고 지금에선 더이상 먹혀들지 않는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정부의 "립 서비스"가 통하지 않게 됐다는 점은 주가가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공황증시의 결과는 비단 주식투자자들의 아픔만이 아니다.

연구기관들 사이에선 제2의 멕시코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은 터다.

증시침체가 증시자체의 붕괴로 끝나지 않고 자칫 경제전체에 깊은 주름
살을 지울 것이라는 얘기다.

증시침체가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차질을 가져오고 기업실적 악화는 국내
외 투자자금 이탈을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 일을 막으려면 미리미리 대책을 세우는 수 밖에 없다.

지난 92년 긴급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주식을 빨리 사라"는 "8.24대책"이
나왔던 것도 바로 그런 연유에서였다.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 일이 급선무다.

신규공급물량을 전면중단시키고 수요진작책을 마련하는 등의 특단의
조치도 필요해 보이는 상황이다.

손희식 < 증권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