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는 홀인원 앨버트로스 에이지슈트 등 접근하기 어려운 기록들이
많다.

골퍼들은 언젠가 그 "꿈의 기록"들을 달성해보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있고, 그럴수록 골프에 푹 빠지는 지도 모른다.

연속해서 버디를 잡는 "줄버디"는 80대이하를 치는 아마추어들만이
노릴수 있는 고급기록이다.

구력 8년의 한 아마추어가 "5연속 버디"를 잡아서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대기업 중견사원인 L씨(42).

L씨는 지난 12월14일 제주CC에서 아마추어로는 좀처럼 작성하기 어려운
진기록을 수립했다.

특히 L씨의 5개홀 연속 버디속에는 파3 파4 파5홀이 다 들어있어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L씨가 제주CC에서 라운드하기는 그날이 처음이었다.

더구나 제주도 골프장은 낯선 골퍼들에게 착시현상을 강요하는 특이한
곳이다.

L씨는 오전 7시12분 첫팀 (인코스)으로 티오프했기 때문에 그린에 서리가
많이 쌓여있었다.

아니나다를까 14번홀까지 5개홀동안 보기4개에 파1개로 초반 스코어는
그저그런편.

햇볕을 받아 그린색깔이 서서히 변해가던 15번홀은 파5로 길이는
5백69야드.

장타자 (평균 2백70야드)인 L씨는 드라이버에 이어 스푼으로 2온을
시킨뒤 첫 버디를 잡았다.

아이언샷도 정확해 지금까지 17번의 이글을 기록했다는 L씨는 파4인
16,17번홀에서 버디를 낚아 3연속 버디를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싱글핸디캡 골퍼들중에서도 가끔 나오는 기록이다.

18번홀 (파3.1백89야드).

L씨의 5번아이언 티샷은 홀인원이 될뻔하다가 핀 30cm 지점에 붙었다.

가볍게 4번째 버디.

L씨는 후반 첫홀인 1번홀 (파4.3백76야드)에서도 버디를 추가, 연속버디
행진의 대미를 장식했다.

76타 (40.36)를 기록한 L씨는 라운드후 얼얼했으나 동반자들이 진기록
이라고 추켜세우는 바람에 그제서야 자신의 기록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국내외 연속버디 기록은 어떤가.

세계기록은 "8"개홀이다.

남자프로중에서는 퍼지 젤러 (76년) 등 모두 3번 있었고, 여자프로는
84년 매리 베스 짐머만이 유일하게 8개홀 연속 버디를 낚았다.

한국은 남자가 7, 여자가 5개홀이다.

채영태 프로(35)가 96 팬텀오픈 4라운드 (88CC 서코스)에서 이 기록을
달성했으며, 여자는 박세리가 국가대표시절 우정힐스CC에서 세웠다.

세계 아마추어는 상세한 기록이 없으며 국내 순수 아마추어들도 기록이
없지만 몇년전 한 골퍼 (의사)가 5개홀 연속 버디를 잡은 것으로 구전된다.

L씨는 아마추어 국내타이기록을 세운 셈이다.

<>.L씨는 우드는 1번과 3번만 가지고 다닌다고.

파5홀에서는 무조건 스푼으로 세컨드샷을 시도, 투온을 노린다.

장타자여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도그레그홀에서는 예외없이 지름길을
택한다.

"공격적인 골프"가 진기록 수립의 원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물론 L씨의 진기록은 그의 기량말고도 신들린듯한 운도 따라 가능했을
것이다.

< 김경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