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은 "격동의 해"다.

무엇보다 대통령선거가 실시된다.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에 따른 경제개방도 본격화된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금융기관들이 겪었던 변화보다 더 큰 변화가 올해
발생할지도 모른다.

다름아닌 "새틀짜기"다.

동업종간 합병과 이업종간 장벽제거가 그것이다.

변화의 조짐은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합병촉진을 위한 "금융산업 구조개선법"이 마련됐다.

금융기관간 우열도 심화되고 있다.

자율경영의 토대도 무르익고 있다.

자칫했다간 다른 금융기관에 먹히고 마는 그런 상황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판 빅뱅"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음을 감안하면
금융산업구조개선은 "머나먼 미래형"이 아니라 "상당한 현재형"이 될
공산이 크다.

금융산업개편 움직임을 금융권별로 알아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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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 ]]

보험업계엔 올한해 생.손보간 업무영역의 붕괴, 은행과의 결합
(방카슈랑스), M&A물결 등 굵직한 변화들이 예상된다.

우선 지급여력 부족으로 증자압박에 시달리는 신설 생명보험사들이
일부 대기업에 넘어가는 형태의 기업인수합병 (M&A)이 변화의 신호탄이
될 듯.

96년까지 물밑작업을 벌여왔던 대기업-생보사 오너간의 흥정이 무르익을
경우 보험계엔 도미노 M&A바람이 불어닥칠 수도 있다.

이와함께 생명보험.손해보험간의 질병 개호보험등 제3분야 보험을
시작으로 두 업계간 영역다툼이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94년6월 개인연금이 손해보험업계에 허용된 이후 민감한 대립상태를
보이고 있는 생.손보업계중 재정경제원이 어느 쪽에 유리하게 편을 들 지
벌써부터 관심거리다.

보험과 은행의 업무및 상품제휴를 뜻하는 방카슈랑스 (Bancassurance)도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지 금융계의 핫 이슈다.

한국생명과 주택은행이 연초부터 단체신용생명보험이란 새 상품을
내놓을 경우 외국계 보험사와 국내 유수은행의 방카슈랑스연합작전이
잇달을 가능성도 크다.

제도적으로는 우선 보험사 설립 관련법령및 규정중 정부당국이 보험사
신규설립의 적절성 여부를 결정하던 경제적 수요심사제도 (ENT : Economic
Needs Test)가 97년부터 폐지된다.

ENT 폐지에 따라 전반적으로 보험사 설립자격 요건의 완화 및 허가심사
기준의 투명성이 높아져 외국사업자의 추가적인 국내 진출시도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개방화의 물결은 국경간 거래 (Cross Border)의 추가허용도 재촉하고
있다.

97년 1월부터 생명보험 전 종목, 손해보험 종목중 장기상해보험,
해외여행보험, 선박보험에 대해 크로스 보더 거래가 추가 허용되는 것이다.

손해보험 분야에선 4월부터 브로커제도가 생긴다.

기업물건의 브로커 점유가 확대될 것은 불문가지다.

손해보험에선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의 기본보험료를 제외한 손해보험
모든 종목으로 자유요율체제가 넓혀진다.

생명보험에선 제3회 경험생명표의 적용으로 보험료가 보장성보험은
내려가고 개인연금은 올라가게 된다.

< 정구학 기자 >

[[ 은행 ]]

은행간 합병은 그동안 여러 갈래로 논의돼 왔다.

비록 체계적이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구체적인 부분까지 진행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주인이 없는 은행특성상 합병주체가 모호하다는 점
<>합병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인 종업원정리가
불가능하다는 점
<>한국특유의 배타적인 기업문화를 고려하면 이질적인 두 은행을
합쳐봤자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점등이 걸림돌로
작용, 논의의 진전을 가로막아왔다.

그러나 이 세가지 걸림돌은 지난해 연말께 어느정도 해소됐다.

합병주체의 부재문제는 "비상임이사가 과반수인 이사회에서 합병 등을
의결할수 있도록 한" 은행법개정을 통해 해결됐다.

종업원정리 자유화문제도 "정리해고제"를 명문화한 노동법개정으로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배타적인 기업문화도 "금융개방을 앞두고 은행경쟁력강화가 시급하다"는
당위앞에선 더이상 별다른 위세를 발휘하지 못할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행들이 느끼는 합병바람은 그 어느때보다 현실적이다.

"정부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시범케이스로 인위적인 합병을 유도할 것"
이라는 소문에서부터 "올해는 신용금고와 보험회사의 합병이 성사된후
내년부터 은행합병이 본격화될 것"이라든가, "정부가 이미 예금보험공사의
"부실은행 판단기준"제정을 통해 합병시나리오를 완성했다"는 등의 소문이
무성한것만 봐도 그렇다.

실제 정부관계자 조차 "최근 몇년간 적자를 냈거나 배당을 하지 못한
은행들을 부실은행으로 판정, "구제합병"이나 "권고합병"을 실시하는 것도
금융산업 경쟁력강화를 위한 한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는걸 보면 은행합병은
더 이상 먼나라 얘기가 아니다.

현재 나돌고 있는 합병시나리오는 크게 세갈래로 나뉜다.

첫번째는 합병주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정부지분이 많은 은행이 우선
대상이 되리라는 시나리오다.

아무래도 정부지분이 많거나 영향력이 큰 은행일수록 합병이 용이하다는
논리에서다.

이 경우에 속하는 은행이 외환 국민 동남 대동 평화등 5개시중은행과
산업 기업 수출입 주택등 특수은행들이다.

이에따라 <>국민+외환 <>기업+동남.대동 <>산업+수출입 <>국민+주택+평화
등의 가설이 그럴듯하게 얘기되고 있다.

두번째는 현재 은행의 경영상태나 가치등을 기준으로한 시나리오다.

금융연구원이 작성한 시나리오가 대표적이다.

금융연구원은 9개시중은행과 10개지방은행등 19개 일반은행을 시장가치
등을 따져 <>합병의 주인이 될 은행 (생존유망은행) <>대등합병을 통해
대형화를 추진할만한 은행 (피합병가능은행) <>합병될 가능성이 높은
은행 (합병타깃은행) 등 세그룹으로 분류했다.

이같은 분류는 증시에 상장된 이들 은행의 실력은 결국 주가를 통해
반영된다는 전제아래 지난 94년말기준 은행별 싯가총액과 싯가대
장부가비율등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이 결과 조흥 국민 신한 등 3개은행이 합병의 주역이 될 은행들로
꼽혔다.

또 상업 제일 한일 서울 외환 등 5개은행은 1대1합병을 성사시킬 능력을
가진 피합병가능은행으로 나타났다.

세번째는 합병의 효과를 극대화할수 있는 점에 초점을 맞춘 시나리오다.

업무나 영업지역이 상호보완적인 은행을 합병하는 것이 후유증을 최소화
하는 반면 효과는 극대화할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대표적인게 각각 소매금융과 외환업무에서 독보적 존재인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이다.

또 업무영역이 중복되지 않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간 합병시나리오도
이 경우에 속한다.

아울러 시중은행과 하나.

보람 등 후발은행간 합병,대형시중은행과 장기신용은행간 합병시나리오도
"가장 현실적"이란 꼬리를 달고 그럴듯하게 퍼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정부가 합병의 우선대상을 부실금융기관으로 명시한 이상 모든 은행이
이미 합병의 가시권에 들어와있다고 보는게 옳다.

따라서 어떤 은행이 새로운 경영환경에 빨리 적응해 제대로된 경쟁력을
갖출수 있느냐가 합병주체가 될것인지, 아니면 합병대상으로 전락할
것인지를 가름할 것이란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 하영춘 기자 >


[[ 종금 ]]

종합금융사가 올해 맞이할 변화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경영권측면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국내 M&A시장의 주요 재료가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경영권을 수호하려는 기존 주주측과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측과의
싸움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하나는 각 영업부문별 마진이 급격히 줄고 있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가는 노력이 전개될 것이다.

특히 과거 투금사에서 종금사로 전환한 회사들은 자산구조를 급격히
외화표시자산으로 개편해 명실상부한 투자은행으로 거듭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한화종금 신한종금 대구종금 항도종금등이 M&A파문에 휩싸여
경영권분쟁을 겪었다.

종금사들이 이처럼 인수합병에 시달리는 이유는 그동안 정부의 금융기관
증자억제 정책으로 자산에 비해 자본금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공격하는 측에서 손대기에 만만하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하고있다.

올 4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증권거래법에 따라 5%이상매입때는 반드시
공개매수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새해벽두부터 오는3월까지 인수합병의
바람은 거세게 불것이다.

이에 따라 주식투자자들의 관심이 여기에 집중될 것이고 경영자들은
기업경영보다는 경영권보호에 치중하게될 부작용도 예상된다.

더구나 종금사의 외국인지분 보유한도가 올해부터 폐지되면 합작을
통해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회사가 급격히 늘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종금사의 경영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동안 1%선에 있던 국내기업어음(CP)시장의 마진율이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의 탈금융기관 현상이 심화되고 대기업상대의 영업 마진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경기부진에 따른 부도가 속출하는데 마진이 높다고 중소기업에
무턱대고 대출을 해줄 수도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장외시장에 등록됐거나 기술력이 우수해도 자금이 부족한
유망중소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다.

이에따라 종금사등은 장외채권투자 유망중소기업 발굴에 전력투구하는
한편 M&A전담반 편성,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업무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영업력을 집중 투입하고 있는 국제부문도 상황이 유리하지만은
않다.

해외자금조달코스트가 올라가고 대출국가나 기업의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

또 지난해 재미를 보았던 브래디채권이나 러시아 채권도 경쟁심화로
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보여 해외에서도 새로운 수요처를 찾아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 안상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