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극장가는 1년중 가장 큰 대목.

방학과 새해연휴가 겹쳐 어느때보다 관객이 많이 몰리는 시기다.

올해는 로맨틱 멜로물부터 화려한 액션, 코믹한 동물영화, 곤충세계를
담은 다큐멘터리까지 장르가 다양해 선택폭도 그만큼 넓다.

또 할리우드 대작들의 물량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젊은 감독들이 만든
한국영화 3편이 동시상영돼 외화들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

연휴기간 가족이나 연인끼리 즐길수 있는 영화 10편을 소개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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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스트 맘마

최진실 김승우 콤비가 펼치는 최루성 멜로드라마.

교통사고로 숨진 아내가 방황하는 남편을 위해 영혼으로 환생,
새 보금자리를 꾸미도록 도와준다는 내용.

아기자기한 재미와 애틋한 사랑얘기가 강물처럼 흐르면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혹시나 남편이 나쁜 길로 빠질까봐 "감시"의 눈을 떼지 않던 아내는
술집여자와 함께 있는 남편을 혼내주는가 하면 남자목욕탕까지 따라가
기겁하게 만든다.

물론 질투나 말다툼도 생시처럼 이어진다.

그러나 영혼만으로는 결혼생활을 계속할수 없다는 걸 깨달은 그녀는
남편으로부터 서서히 정을 떼기 시작하는데.

새콤달콤한 에피소드와 가슴찡한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관객들을 웃기고
울린다.

"은행나무침대"와 다른 차원의 "사랑과 영혼"을 빚어낸 순애보.

한지승감독의 연출솜씨는 신인이라고 믿기 어려울만큼 탄탄하고 조연으로
나온 권해효의 양념연기도 일품이다.

(피카디리 (765-2245) 브로드웨이 키네마 롯데월드 한일시네마 이화예술
경원극장)

<> 깡패수업

''돈을 갖고 튀어라''로 주목받았던 김상진감독의 두번재 작품.

영화가 만들어기지전에 수출부터 이뤄져 화제를 모았다.

일본 현지 로케이션으로 제작됐으며 동남아지역에까지 비디오판권이
팔려나가 주가를 높였다.

곧 홍콩에서도 개봉될 예정.

박중훈과 박상민을 투톱으로 내세운 버디무비.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직업깡패 성철과 생각없이 말만 앞서는
술집웨이터 해구가 일본으로 건너간뒤 냉혹한 야쿠자세계에서 피보다 진한
우정을 나누는 얘기다.

여기에 술집아가씨 삼순이와 꽃집아가씨 하나코의 사랑도 곁들여진다.

코믹한 장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줄기는 박진감있고 선이 굵은
한국적 액션느와르.

위험한 장면들도 대역없이 촬영해 사실감을 높였다.

연말 개봉이후 ''강한 영화''를 좋아하는 남성 관객들의 발길이 잇달아
연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명보 동아(552-6111) 브로드웨이 신촌그랜드 씨네월드 롯데월드
미도파시네마)

<> 미지왕

코미디와 미스터리기법을 버무린 독특한 영화.

감독부터 배우까지 모두 신인들로 구성됐으며 ''예사롭지 않은 기량으로
관객의 허를 찌르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얘기는 희대 바람둥이 왕창한이 열살이나 많은 재벌집 외동딸 엄청난과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신랑이 갑자기 실종되면서 사태는 엉뚱한 쪽으로 번진다.

하객으로 참석한 괴짜경찰이 신랑의 실종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주변
친구들과 애인으로부터 증언을 들으며 사건을 추적한다.

실험적인 기법과 기발한 착상으로 젊은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고함소리와 과장된 몸짓 등으로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한 면도 있지만
장르파괴를 통해 한국영화의 영역을 넓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가능성있는 신예감독(김용태)과 남자주인공 조상기의 발굴도 커다란
수확.

(단성사(764-3745) 씨티 신촌영화마을 씨네하우스)

<> 로미오와 줄리엣

바즈 루어만감독이 만든 90년대판 셰익스피어 비극.

무대도 4백년전 베로나에서 20세기말 미국으로 옮겨졌다.

할리우드 신세대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클레어 데인즈가 보여주는
비극적 로맨스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 준다.

캐플렛가의 파티에 몰래 참석한 로미오가 어항속의 물고기에 넋을 잃고
있다가 줄리엣과 눈길이 마주치는 장면이나 실내 풀에서 나누는 사랑의
세레나데가 아름답다.

양가의 대립에 희생된 로미오가 도시에서 추방되기 전 줄리엣의 방으로
찾아가 처음이자 마지막 밤을 보내는 대목도 아릿하다.

첫장면과 라스트신을 브라운관으로 처리해 마치 뉴스처럼 전달한 기법이
인상적이며, 이러한 ''액자영화''형식을 통해 관객과의 거리를 적절하게
유지하려 애쓴 감독의 노력이 돋보인다.

(서울 녹색 신촌그랜드 경원 오스카 뤼미에르(545-3800)그랑프리 씨티
씨네하우스 건영옴니 씨네월드 애경)

<> 아름다운 비행

엄마를 잃고 아빠와 사는 소녀 에이미는 개발에정지인 늪에서 거위알을
발견한다.

알에서 깨어난 거위들은 에이미를 엄마로 알고 따라는데 똑같이 엄마없는
처지여서인지 이들의 행동은 더욱 귀엽게 보인다.

특히 새끼 거위와 함께 욕조에 수건을 깔고 자는 에이미의 동심은 보는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다.

그러나 집에서 야생거위를 키우는 건 불법이라는 경관의 지적에 이어
철새들이 남쪽으로 이동하는 계절이 다가오자 에이미는 아빠와 함께
거위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친다.

개발업자가 발표한 날자는 다가오고 그때까지 철새들이 도착하지 않으면
그나마 있던 보금자리조차 잃게 되는데.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거위 모양의 경비행기를 따라 16마리의 거위가
''하늘여행''에 나서는 장면이 환성적으로 펼쳐진다.

(호암아트홀(751-9997) 씨네월드 롯데월드 시네마천국)

<> 데이라잇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재난영화.

하루 50만명이 이용하는 맨하튼의 해저터널에서 과속으로 달리던 차가
뒤집혀 화재가 발생한다.

이 사고는 유독폐기물 트럭의 폭발로 번지고 급기야 터널이 파괴되는
상황에 이른다.

갑자기 암흑에 갇힌 시민들은 공포에 떨고 폭주족과 죄수호송차까지
뒤엉켜 사고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긴급구조반이 출동하지만 한쪽이 봉쇄된 상태에서 물과 연기가 차올라
접근이 어려운 상태다.

이때 자원해서 터널안으로 들어가는 응급구조대장.

그는 과거에 실수로 사람을 죽게한 기억때문에 사력을 다해 싸운다.

(중앙 반포시네마 롯데월드 명보(274-2172) 신영 씨네하우스 한일시네마
연흥 대지 건영옴니)

<>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마지막 황제''로 유명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감독이 32세때 만든 문제작.

빛과 거울을 매개로 한 실험적인 영상, 이념과 계급에 대한 의식의
전환 등을 파격적인 문법으로 그려 ''영화사의 흐름을 바꾼 걸작''으로
꼽혔다.

그의 독특한 상징기법으로 지금까지도 영화학도들의 ''교본''으로 쓰일
정도.

불륜아내의 자살로 대인기피증을 보이는 중년 남자와 결혼을 앞둔 20대
여자가 펼치는 익명의 사랑을 그렸다.

아파트를 구하러 갔다가 우연히 만난 이들은 그 자리에서 몸을 섞고
남남으로 헤어진뒤 틈틈이 그 아파트를 찾아 변태적인 섹스를 갖는다.

라스트신에서 여자의 총에 맞은 남자가 중얼거리는 대사와 "난 저사람을
몰라"라고 외치는 여자의 부정어법 등은 현대사회의 비극을 극단적인 은유로
표현한 대목이라는 평.

(씨네하우스 시네마천국(517-0722) 국도 영화마당)

<> 스페이스 잼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이 외계인과 농구시합을 벌인다.

전통 애니메이션과 라이브 액션, 3차원 컴퓨터그래팩이 최초로 결합된
작품.

우주의 너드럭스 괴물들은 대장 스와크해머의 명령으로 루니 툰즈를
유괴하러 지구에 도작한다.

스와크해머는 따분한 괴물들의 행성에 놀이동산을 만들려고 한다.

위기에 처한 루니 툰즈는 이들과의 농구시합에서 이겨야만 살아남는다.

그러나 괴물들은 NBA농구선수들의 실력을 빨아들여 강력한 팀으로
돌변하고.

위기일발 상황에서 마이클 조던이 나타나 상황은 급반전되는데.

워너브러더스 만화캐릭터 ''루니 툰즈''의 주요 멤버가 총출동해 어른 아이
가리지 않고 웃음보따리를 한아름씩 선사한다.

(뤼미에르 서울(277-3014) 녹색 한국종합전시장 애경 유토아)

<> 101달마시안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리메이크한 가족영화.

달라시안은 날렵한 몸에 짧은 털, 흰바탕에 검은 점이 있는 개.

첫눈에 반한 주인공 개 퐁고와 퍼디는 온갖 해프닝끝에 각자의 주인을
사랑으로 맺어주고 자기들도 살림을 차린다.

15마리의 어린 달마시안이 태어난뒤 모피수집광인 악녀 크루엘라가 새끼
점박이들을 눈독들이는 바람에 이들은 위기를 맞는다.

점박이 무늬로 화려한 모피를 만들려는 악녀는 도시 전체의 달마시안을
싹쓸이할 음모를 꾸미고 그 하수인들은 눈에 보이는대로 개들을 납치한다.

임시창고에 갇힌 이들이 여러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구사일생으로 탈출,
집으로 돌아오자 함께 풀려난 수십마리의 개들도 따라온다.

결국 온 집안은 달마시안 천국으로 변하고.

영리한 강아지들의 연기가 앙증스럽고 재미있다.

(명보 씨네하우스(545-2813) 피카소 계몽아트홀 브로드웨이 경원 화양
허리우드 신촌아트홀 씨에월드 건영옴니)

<> 마이크로 코스모스

연말극장가에 ''곤충들의 대반란''을 불러온 화제의 다큐멘터리.

15년의 연구와 3년여의 촬영끝에 완성된 이 영화는 곤충을 비롯한
자연생태계의 경이로움을 세밀하게 담아내 개봉 1주일만에 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롱런채비를 갖춰다.

다큐멘터리가 일반극장에서 개봉된 것도 이례적이지만 흥행에 성공한
경우는 더욱 흔치가 않아 겨울 극장가의 최대이변으로 꼽히고 있다.

잠자리와 달팽이의 교미순간 등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많아
관객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곤충엽서와 포스터까지 불티나게 팔려나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각급 학교에서 이 영화관람을 겨울방학 숙제로 내줄 정도로 교육적 효과도
높다.

96칸영화제 기술상 수상작.

(코아아트홀(739-9933) 양재동교육문화회관)

<고두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