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는 천경자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두 전시가 지난달 상순부터 열리고 있다. 10년 만에 새롭게 기획한 천경자 컬렉션 상설전 ‘영혼을 울리는 바람을 향하여’에는 그의 대표 작품들, 특히 해외여행을 하면서 그린 그림이 많이 걸렸다. 함께 열리고 있는 기획전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시기를 거쳐 민주화에 이르는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천경자를 포함한 여성 작가 23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살펴보는 그림들이 전시돼 있다.3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35마리의 뱀이 뒤엉켜 있는 그림이 눈에 띈다. 이 징그럽고 기괴한 그림이 천경자를 유명하게 만든 작품 ‘생태’(1951)다. 천경자는 아름다운 많은 소재를 놔두고 하필이면 뱀들을 그렸을까.“그 속에서 나는 밤마다 뱀을 어떻게 화면에다 깔아 구도를 잡을 것인가, 눈을 감은 채 구상했다. 그 판국에 어찌 찔레꽃 향기를 찾는, 시설이 깃든 배 따위를 그리겠는가? 차라리 뱀 수십 마리를 화면에 집어넣음으로써 슬픔을 극복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천경자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천경자가 말한 ‘그 판국’은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의미한다. 사랑하는 동생 옥희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남자와의 사랑은 고통만을 남겨주었다. 생계를 감당하기도 어려웠다. 천경자는 그 슬프고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기 위해 ‘생태’를 그렸다. 마치 험난한 세상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뱀과 같이 독하고 지혜로워야 한다고 각오라도 하듯이….천경자는 스스로 ‘슬픈 전설’을 가졌다고 여긴 화가다. “내 온몸 구석구석엔 거부할 수 없는 숙명적인
서울 문래동(文來洞)은 한국 최초의 주식회사인 경성방직이 1923년 첫 방직공장을 세운 곳이다. 이후에 동양방적과 종연방적 등이 들어오면서 초기 국내 섬유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동네 이름도 유실동(실이 있는 동네)과 사옥정(絲屋町·실을 뽑는 마을)으로 불리다가 해방 후인 1946년 공식적으로 영등포구 사옥동이 됐다. 그 어느 곳보다 방적기가 많은 점에 착안해 1952년 방적기의 우리말인 ‘물레’를 음차한 ‘문래’로 동 이름을 바꿨다. 현재까지 문래동에 물레 모형 조각품과 목화밭이 많은 이유다.목화마을이던 문래동이 철강 타운으로 변한 건 1960년대다. 1968년 포항제철이 설립된 뒤 철강 수요가 급증하던 때다. 마침 청계천 고가도로 건설로 인근 철공소들이 경인고속도로 근처인 문래동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세운상가에서 철거된 철공소까지 가세하면서 문래동은 국내 최대 철공단지로 발전했다. 어떤 부품과 시제품이든 문래동 철공소 몇 곳만 거치면 2~3일 내 완성됐다. ‘문래동 장인 10명이 모이면 탱크도 만든다’거나 ‘철판으로 사람 빼고 못 만드는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문래동 철공소의 아성은 1990년대 급격히 흔들렸다. 주변 지역인 목동과 영등포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고 문래동도 주거지역으로 개발되면서다. 1997년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철공소가 대거 문을 닫거나 임차료가 싼 서울 외곽으로 이전했다. 그 자리엔 카페와 식당이 들어섰고 옛 철공소 터는 예술인들의 작업 공간으로 바뀌었다. 아직 남아 있는 철공소들도 언제까지 문래동의 높은 임차료를 견디며 버틸 수 있을지 불안해하고 있다.서울시가
미국 중앙은행(Fed)이 그제 4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단숨에 0.5%포인트를 내린 ‘빅컷’이었다.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으로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던 주요국의 선택폭이 넓어졌다. 미국에 앞서 금리를 내린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 캐나다 등은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역시 글로벌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할 것이 당연해 보인다. 다른 나라에 비해 물가가 빠르게 안정을 찾은 데다 내수 부진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치솟는 집값과 과도하게 불어난 가계부채가 부담스럽다.지난달에는 서울 아파트매매가격지수가 5년11개월 만에 최대폭 올랐다. 이달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앞두고 수요가 몰린 영향도 있지만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8·8 주택공급 대책이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한 탓이 크다. 이달 들어 대출규제 강화 효과로 서울의 집값 상승폭이 축소되기는 했다. 하지만 언제든 다시 집값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며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큰 것도 사실이다. 금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집값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8·8 대책을 속도감 있게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 8·8 대책은 사업 절차 간소화로 재개발·재건축 속도를 높이고 서울과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촉진할 특례법 등을 처리해야 할 국회가 특검법 등 ‘정쟁 법안’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가뜩이나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중장기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