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있는 사실을 그대로 전할때 빛이 난다.

역사 다큐멘터리는 역사적 사실을, 휴먼다큐는 인간의 참모습을 거울
보듯이 비춰줄때 시청자는 감동한다.

그점은 자연다큐멘터리도 마찬가지다.

자연의 생태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때 그작품의 진가가 나오게 된다.

EBS의 개국 특집 "솔부엉이" (19~20일 오후 9시30분)와 MBC의 특집 "황새"
(19일 오후 9시50분)는 똑같이 희귀새를 소재로 한 자연다큐멘터리였으나
작품의 성격은 완전히 달랐다.

"솔부엉이"는 국내 최초로 야행성 동물의 대표격인 "솔부엉이"이
생존노력을 통해 자연과 생태계의 신비로움을 일깨우려 했다.

야간 생태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극히 힘든 일인데도 제작진은 상당히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였다.

화면속에서는 "사실"만 관찰하려고 했으며 이를 제작하는 PD의 고충이나
카메라기술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특히 한장면을 포착하는데 며칠씩 기다려야 하는 사냥술장면은
다큐멘터리의 박진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부엉이의 사냥술과 어떻게 다르고 매의 사냥술과는 어떤 점이 흡사한지
설명하는 등 작품의 치밀한 기획력이 돋보인 수작이었다.

"황새"는 한국에서 사라진 황새를 이땅에 복원시키기위한 일련의
과정을 조명한, 휴먼다큐의 성격이 가미된 자연다큐멘터리였다.

MBC가 프라임타임에 2시간을 할애, 방영할만큼 의미를 둔 프로그램이었다.

황새의 탄생부터 성장까지의 과정, 어미황새의 자식사랑 등을 자세히
보여줬으며 러시아 아무르강기슭의 자연생태계도 소개했다.

국내에서 황새가 어떻게 사라졌으며 마지막 황새인 "과부황새"에 대한
소개도 곁들여 작품의 충실도를 더하려 했다.

제작진이 1년동안 러시아 아무르강기슭에서 황새의 생태촬영을 위해
애쓴 흔적은 곳곳에서 역력히 엿보였다.

다른 새보다 민감한 황새를 촬영하기 위해 제작팀이 철저한 위장막을
사용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 중복 장면이 많았으며 황새복원 취재에
집중해 황새의 상태를 제대로 조명하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자연적사실"보다 "과정"을 강조, 자연다큐의 감동을 떨어뜨린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