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 재계 '96] (1) '불황으로의 반전' .. "산업계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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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는 국내경제에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덮여 우울했던 해였다.
연초부터 닫친 반도체가격의 급락은 경상수지를 사상최대규모로
확대시키며 경기연착륙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렸다.
기업들은 감량경영 사업구조조정 등으로 불황극복에 나서고 있다.
보다 자신있는 새해를 맞기위해 올해 재계가 경험한 주요이슈들을
되돌아보고 그 의미를 분석해 보고자한다.
=====================================================================
A전자 서울사무소에 근무하는 김과장에게 올 겨울바람은 유난히 차갑다.
3백50%의 특별성과급까지 받아 주머니가 두둑했던 작년과는 달리
올연말엔 정규보너스외엔 기대할 게 없는데다 망년회마저 구내식당에서
갖는다는 연락을 받은 터다.
강남의 단란주점에서 값비싼 양주를 마시며 즐겼던 지난해망년회는
그저 꿈같은 옛날얘기가 돼버렸다.
그래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장에 명예퇴직바람이 불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가끔 목을 어루만진다.
"불황"-.
올해 경제계의 화두는 단연 이 두글자다.
"명퇴"로 특징지워진 감원.감량경영의 소용돌이도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에 불과하다.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를 놓고 논쟁을 벌인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한국경제는 불황의 깊은 골짜기를 헤메고 있다.
불황의 그늘은 섬유 신발등 노동집약적 산업뿐 아니라 전자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등 거의 모든 업종에 드리워져 있다.
연초에 기업들이 내놨던 해외연수기회확대나 주차비등 복지비지원계획은
대폭 축소되거나 아예 쑥들어가 버렸다.
수많은 중소기업들과 함께 우성그룹 건영그룹 등 굵직한 기업들이 잇달아
쓰러져 갔다.
불황의 깊이는 2백2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경상수지적자에서
읽을 수 있다.
경상수지적자 확대의 주요인은 역시 무역적자.
2백억달러에 달한 무역적자(통관기준) 규모는 ''수출 한국''의 이름에 먹칠을
하기에 충분했다.
개미에서 어느새 배짱이가 돼버린 소비행태에도 문제가 있지만 근본적으론
꾸준히 진행된 산업의 경쟁력약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있게 들린다.
올 무역적자의 최대요인은 반도체였다.
한 때는 "수출의 견인차" "신화를 낳은 마법의 돌"로 칭송받던 반도체가
한순간 "효자"에서 "불효자"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반도체의 금년 수출실적은 한마디로 처참하다.
90년 45억달러에서 지난해 2백21억달러로 연평균 30%이상 뜀박질한
수출이 올핸 잘해야 1백80억달러에 머물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41억달러가 준 것은 물론 올초 예상치 3백7억달러에 비해선
절반을 겨우 넘긴 수준이다.
"반도체가 왜 적자의 주범인가.
수출이 수입보다 1백40억달러나 많으니 아직도 효자 산업 아닌가"라는
반도체산업협회의 항의는 주눅이 들어 모기소리만하다.
반도체가 이처럼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된데는 세계적인 과잉생산과
이에 따른 가격폭락때문이다.
국내 업체의 주력품목인 메모리반도체는 주도권을 잡으려는 한.일
양국 업체들의 경쟁적인 신증설로 가격급락을 불러왔다.
꾸준히 늘어나는 수요도 엄청난 공급을 당해낼순 없었다.
수출주종품인 16메가D램의 국제시세가 지난해말 개당 50달러에서
올연말 10달러까지 떨어진 것은 이같은 사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내년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6~8달러선까지 떨어질 것"(삼성전자 정의용이사)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비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일본업체들이 무모한 일이라며 만류할때 뛰어들어 무에서 유를 창조한게
우리의 반도체 업체들이다.
이들은 지금도 64메가D램 초고속램버스D램 등 메모리분야의 차세대제품
출하를 서두르고 두뇌칩으로 불리는 알파칩, 멀티미디어 만능칩등 비메모리
제품으로의 품목다각화을 모색하면서 불황을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반도체가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내년 하반기이후엔 회복될
겁니다.
그때부턴 다시 견인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겁니다"(문정환 LG반도체
부회장)
어느 산업보다 반도체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올해의 불황이 반도체만의 책임은 아니다.
거의 전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경쟁력상실은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70-80년대의 남미형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심각한 논쟁마저 불러일으켰다.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장애요인으로 임금 고금리 고지가
고물류비용에 비해 낮은 생산성을 나타내는 "고비용.저효율"구조는 이제
초등학생도 아는 얘기가 됐다.
그러나 위기는 또 다른 기회를 의미한다.
특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은 선진국경제에 걸맡는 질적인
성장을 요구하고 있다.
불황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산업구조조정과 경쟁력회복 등으로 거듭
나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할때만 ''불황 탈출''을 위한 새해가 밝아올 것이다.
<김낙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
올해는 국내경제에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덮여 우울했던 해였다.
연초부터 닫친 반도체가격의 급락은 경상수지를 사상최대규모로
확대시키며 경기연착륙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렸다.
기업들은 감량경영 사업구조조정 등으로 불황극복에 나서고 있다.
보다 자신있는 새해를 맞기위해 올해 재계가 경험한 주요이슈들을
되돌아보고 그 의미를 분석해 보고자한다.
=====================================================================
A전자 서울사무소에 근무하는 김과장에게 올 겨울바람은 유난히 차갑다.
3백50%의 특별성과급까지 받아 주머니가 두둑했던 작년과는 달리
올연말엔 정규보너스외엔 기대할 게 없는데다 망년회마저 구내식당에서
갖는다는 연락을 받은 터다.
강남의 단란주점에서 값비싼 양주를 마시며 즐겼던 지난해망년회는
그저 꿈같은 옛날얘기가 돼버렸다.
그래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장에 명예퇴직바람이 불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가끔 목을 어루만진다.
"불황"-.
올해 경제계의 화두는 단연 이 두글자다.
"명퇴"로 특징지워진 감원.감량경영의 소용돌이도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에 불과하다.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를 놓고 논쟁을 벌인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한국경제는 불황의 깊은 골짜기를 헤메고 있다.
불황의 그늘은 섬유 신발등 노동집약적 산업뿐 아니라 전자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등 거의 모든 업종에 드리워져 있다.
연초에 기업들이 내놨던 해외연수기회확대나 주차비등 복지비지원계획은
대폭 축소되거나 아예 쑥들어가 버렸다.
수많은 중소기업들과 함께 우성그룹 건영그룹 등 굵직한 기업들이 잇달아
쓰러져 갔다.
불황의 깊이는 2백2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경상수지적자에서
읽을 수 있다.
경상수지적자 확대의 주요인은 역시 무역적자.
2백억달러에 달한 무역적자(통관기준) 규모는 ''수출 한국''의 이름에 먹칠을
하기에 충분했다.
개미에서 어느새 배짱이가 돼버린 소비행태에도 문제가 있지만 근본적으론
꾸준히 진행된 산업의 경쟁력약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있게 들린다.
올 무역적자의 최대요인은 반도체였다.
한 때는 "수출의 견인차" "신화를 낳은 마법의 돌"로 칭송받던 반도체가
한순간 "효자"에서 "불효자"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반도체의 금년 수출실적은 한마디로 처참하다.
90년 45억달러에서 지난해 2백21억달러로 연평균 30%이상 뜀박질한
수출이 올핸 잘해야 1백80억달러에 머물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41억달러가 준 것은 물론 올초 예상치 3백7억달러에 비해선
절반을 겨우 넘긴 수준이다.
"반도체가 왜 적자의 주범인가.
수출이 수입보다 1백40억달러나 많으니 아직도 효자 산업 아닌가"라는
반도체산업협회의 항의는 주눅이 들어 모기소리만하다.
반도체가 이처럼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된데는 세계적인 과잉생산과
이에 따른 가격폭락때문이다.
국내 업체의 주력품목인 메모리반도체는 주도권을 잡으려는 한.일
양국 업체들의 경쟁적인 신증설로 가격급락을 불러왔다.
꾸준히 늘어나는 수요도 엄청난 공급을 당해낼순 없었다.
수출주종품인 16메가D램의 국제시세가 지난해말 개당 50달러에서
올연말 10달러까지 떨어진 것은 이같은 사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내년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6~8달러선까지 떨어질 것"(삼성전자 정의용이사)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비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일본업체들이 무모한 일이라며 만류할때 뛰어들어 무에서 유를 창조한게
우리의 반도체 업체들이다.
이들은 지금도 64메가D램 초고속램버스D램 등 메모리분야의 차세대제품
출하를 서두르고 두뇌칩으로 불리는 알파칩, 멀티미디어 만능칩등 비메모리
제품으로의 품목다각화을 모색하면서 불황을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반도체가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내년 하반기이후엔 회복될
겁니다.
그때부턴 다시 견인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겁니다"(문정환 LG반도체
부회장)
어느 산업보다 반도체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올해의 불황이 반도체만의 책임은 아니다.
거의 전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경쟁력상실은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70-80년대의 남미형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심각한 논쟁마저 불러일으켰다.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장애요인으로 임금 고금리 고지가
고물류비용에 비해 낮은 생산성을 나타내는 "고비용.저효율"구조는 이제
초등학생도 아는 얘기가 됐다.
그러나 위기는 또 다른 기회를 의미한다.
특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은 선진국경제에 걸맡는 질적인
성장을 요구하고 있다.
불황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산업구조조정과 경쟁력회복 등으로 거듭
나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할때만 ''불황 탈출''을 위한 새해가 밝아올 것이다.
<김낙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