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산위(위원장 손세일)는 16일 기업의 의무고용제도 폐지를 골자로 한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회기내 처리
불가"를 주장하는 야당의원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었다.

통산위는 이 개정안을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기 위해서는 17일까지 법안심사
소위와 전체회의는 물론 법사위심의까지 마쳐야 하는 촉박한 일정을 감안,
이날 간사회의를 열어 의사일정을 협의했으나 야당간사들은 법안처리전
공청회를 열 것 등을 주장하며 "지연작전"을 폈다.

여야 간사들은 이날 회의에서 격론끝에 일단 이법안을 전체회의 정책질의를
거쳐 법안심사소위로 넘기기로 가까스로 합의, 법안처리에 숨통을 트기는
했지만 본회의 일정 차제가 불투명한데다 법사위 법안심사소위가 17일 오전
까지만 운영케돼있어 사실상 이번 국회에서는 처리되기 어려운 실정.

국민회의 간사인 박광태 의원은 "규제완화특별법 개정안은 전기기사 등
국가기술자격자의 고용문제와 직결된 중대사안인 만큼 법안을 처리하기 전에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회기내 처리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신한국당 간사인 남평우 의원은 "늦어도 17일까지는 법안심사소위
와 전체회의 의결을 마칠 예정이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지면 어쩔수 없지
않느냐"고 말해 이번 국회에서는 이 법안이 계류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처럼 법안처리가 지연되고 있는데는 국회회기가 촉박한 점 외에 여야를
떠나 통산위소속 의원들간에 찬반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인출신 의원들은 "내년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마땅히
의무고용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대부분의 의원들은 "거의 1백만
명에 달하는 전문인력과 계속 배출되는 예비인력의 고용이 불안해질 것이
뻔한데다 관련단체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누가 나설수 있겠느냐"며 미온적
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경재의원(국민회의)은 "정부는 의무고용제 폐지로 기업들이 연간
약5백억원 정도의 경비절감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나 기업의 자율고용
및 겸직허용에 따른 실업예상인원만 지난 9월말 현재 총실업자수보다 30만명
정도 많은 67만5천명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법안처리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측은 정부측대로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처럼 비쳐지고 있는 상황외에도
여야간사회의를 거친 합의사항이 잇달아 뒤집어지는 통산위의 "파행운영"이
법안처리를 가로막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표명하고 있어 이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문희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