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가 민요연구서를 나란히 펴내 화제다.

국문학자 조동일 교수 (57.서울대)의 "한국민요의 전통과 시가율격"과
제자인 김헌선 교수 (35.경기대)의 "한국 구전민요의 세계"가 동시 출간된
것 (지식산업사 간).

두 사람은 84년 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치고
배운 사제지간.

스승의 책이 경북 민요를 중심으로 우리 전통시가의 율격을 집중
분석했다면, 제자의 책은 전국을 대상으로 우리민요의 민속적 성격을
탐구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조동일 교수는 학계가 인정하는 고전문학연구의 대가.

이번에 내놓은 "한국민요의 전통과 시가율격"은 민요연구에 대한
종합안내서이자 노래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낸 보고서다.

77년과 82년 출간됐다 절판된 "경북민요" "한국시가의 전통과 율격"을
다듬고 "나의 민요체험기"를 보태 다시 엮은 것.

그는 우리 시가의 전통적 율격이 "음보"로 증명될수 있다며 시가의
율격이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입증해 보여준다.

이 책은 69년부터 수집된 경북지역 민요를 원형대로 담고 있어
민요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조교수는 당시의 녹음테이프를 재생, 97년 상반기중 5장의 CD로 출간할
예정이다.

김헌선 교수의 "한국 구전민요의 세계"는 생활속에 깃든 구전민요를
문학과 음악 미술분야로 확장시켜 연관성을 종합분석한 것.

김홍도의 풍속화를 바탕으로 민요의 민속적 기반을 탐색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민요가 한시 시조 근대시 등 기록문학으로 전승되는 과정과 현대문학에
변용된 예도 들어있다.

그는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과 "서시"를 전래동요 "별노래"와 비교,
연관관계를 살폈다.

"별하나에 추억과/별하나에 사랑과..."는 전래동요의 "별하나 나하나/
별둘 나둘..." 등과 얼개를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이 책에는 또 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어사용"민요가 부록으로
실려있어 자료적 가치도 큰 것으로 평가된다.

제4편 "한국구전민요의 현장"에는 김씨가 93~95년 강화도와 경북 영양
등에서 채록한 민요가 실려 있다.

뱃사람들이 부르는 "시선뱃노래"와 "대도둠소리" "대보름노래" 등이
그것.

이 노래들은 최근 나온 "한국민요대전CD"에 수록됐다.

김씨는 내년중 학문적 내용을 보강한 "한국구전민요의 이론"을 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