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에 대해 집권 여당의원들조차 반발하고 있어 이 법안의 이번 국회
회기내 처리가 극히 불투명해지고 있다.
노동관계법에 대한 언급조차 자제하던 신한국당은 지난주말부터 이 "뜨거운
감자"에 대한 입장정립에 나서 "이번 회기내 국회통과"라는 당론을 정했으나
정작 소속의원들 상당수가 개정안의 내용과 회기내 처리방침에 모두 반대하고
나서 노동관계법은 정부 이외에는 아무도 찬성하지 않는 신세가 돼버렸다.
더욱이 국민회의와 신한국당도 회기내 처리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노동관계법 개정안은 올해를 넘겨 내년 2월 임시국회로 넘겨질 공산이
커졌다.
11일 신한국당 의총에서 소속 의원들의 노동관계법에 대한 발언을 요약
소개한다.
<> 김문수의원 =이번 회기내에는 처리할 시간도 없는데 무리하게 처리하면
상당한 오점을 남길 것이다.
노동계 양대세력이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 피상적인 관점
으로 접근하면 사태해결이 불가능하다.
시기적으로 2년이상 법 적용에 유예기간을 두어야 하며 차기정부의 초기에
처리하는 것이 적합하다.
관련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에서의 통과도 안될 것이며 불필요하게 야당에
공격 빌미를 제공할 뿐이다.
정리해고제는 해고될 가능성이 높은 근로자들을 우리당에 명시적으로 반대
하는 적대세력으로 만들어 내년 대선에서 우리당의 결정적인 패인이 될
것이다.
당도 제정신을 차려 정확한 목소리를 내 난국을 타개해야 하며 졸속으로
무엇에 쫓기듯 일을 처리하면 안된다.
<> 홍준표의원 =물리적으로 법안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
법안을 보면 집단적 노사관계 부분은 노동자편을 들고 있고 개별적인 노사
관계부분은 전부 사용자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이도 저도 아닌 비빔밥 같은 법이다.
세계 각국이 복수노조에서 단일노조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인데 유독 우리가
다른 나라의 실패 전례를 따라 복수노조를 허용할 필요가 있는가.
정부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발전적인 통합을 위해 노력은 하지 않고
빠져 나가려고만 해서는 산업현장 마비만 불러온다.
노조의 정치참여는 노동현장까지 선거판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대체근로제는 사용자가 정당한 임금 협상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을 높이고
자칫 노동계의 정당한 파업권까지 무시하는 제도가 될 것이다.
정리해고제는 이미 판례로 있는데 구태여 입법화할 필요성이 없다.
사용주만 좋아하고 임원들조차 싫어하는 제도로 만약 도입되면 중산층이
대거 정부에 등을 돌릴 것이다.
<> 유용태의원 =노동부는 법 개정후 노동현장이 상당히 바람직한 모습으로
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노동현장은 법대로 되는게 아니다.
특히 노동자의 생활안정 등을 위해 예산을 배정한다지만 예산당국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외국중 단일노조를 도입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도 검토해야 하지 않는가.
<> 이신행의원 =복수노조제를 도입하면 상부단체또는 하부단체별로 노조가
생겨 각자 목소리를 낼 것이다.
그러면 사용자측의 행동은 어용시비를 불러일으키고 회사측은 기존 노조를
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조직을 또 만들어야 한다.
정리해고제는 우리당의 표를 다 잃게 만들 것이다.
<> 박세직의원 =경제를 살리려면 정치와 경제가 안정돼야 하는데 경제를
살리자고 만든 노동관계법 개정안은 오히려 정치와 사회에 불을 지르는
법안이다.
전면 수정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어야 한다.
< 김선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