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버드대 새뮤얼 헌팅턴교수가 최근 "문명의 충돌과 세계질서의 재편"
(사이먼&셔스터간 26달러 원제 : The Clash Of Civilizations And The
Remaking Of World Order )을 펴내 화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금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거나 앞으로 벌어질
분쟁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문명의 충돌에서 비롯된다고 역설한다.

현시대 인류문명을 크게 유교(중국) 이슬람 힌두교 그리스정교 일본
서구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등 총8개 범주로 분류한 그는 그리스정교와
이슬람문화간의 전면적인 충돌의 전초전으로 현재 보스니아 체첸
아프가니스탄 아제르바이잔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에 주목했다.

그속에서 헌팅턴교수는 서구사회는 그들이 지닌 문화적 사회적 가치에
대한 자기도취와 교만에 빠져 재편되는 세계질서의 흐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언"에서 서구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가치가 궁극적으로 승리하리라고 주장한 것은 한낱 허풍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저자는 앞으로 중국의 지원을 받은 이슬람권
국가들이 핵무기를 양산하는 과정에서 서구에 대항하는 유교-이슬람동맹이
형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원유확보를 위한 중국의 베트남 공격,힌두교 인도의 이슬람 파키스탄에
대한 침공, 러시아의 베이징 침략등의 가상시나리오를 제시한 그는
최종적으로 서구사회와 비서구문명권의 대립구도가 될 것을 우려했다.

한편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관련학자들로부터 적지않은 비판을 받고
있어 주목된다.

비판의 논조는 지금까지 인류문명은 상호파괴가 아니라 각각의 가치체계와
상품을 공유하며 발전해왔고, 또 두차례의 세계대전에서 보듯 인류역사를
뒤흔든 분쟁은 문명간의 충돌이 아니라 문명내부의 마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