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벽돌건물과 비좁은 공장부지를 보면 전형적인 중소기업의
모습이지만 이곳이 바로 세계 최고 품질의 절삭공구를 만드는 업체이다.
"끊임없는 품질관리와 성실한 작업태도로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
양지원공구의 기업문화를 한마디로 압축한 표현이다.
이회사의 작업강도는 혹독하기로 소문이 나있다.
연중 일감이 밀려 정규근무시간은 물론 야근을 밥먹듯이 하면서 주문을
소화하기 바쁜 회사다.
지난해의 경우에는 크리스마스 이브 하루를 제외하고 1년 전일근무를
기록했을 정도다.
여기에다 품질관리가 워낙 철저해 대충대충 일하고 넘어가는 편의주의는
발붙일 틈이 없다.
근로자들이 다른회사보다 몇배의 임금을 받아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10년이상 된 장기근속자가 유달리 많다.
과연 그비결이 무엇일까.
근로자들은 하나같이 가족주의에 뿌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노와 사가 따로 없는 노사한마음정신 또한 회사발전에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회사는 이익이 남으면 근로자의 복지와 생산설비 투자를 우선 생각한다.
경영진 또한 평소 근로자를 한가족처럼 대해 노와 사의 거리감은 전혀
없는 상태다.
실제로 송호근사장은 해외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날이 일요일이라도
공장에 꼭 들러 일하는 근로자들을 격려한다.
송사장의 이런 모범은 벅찬 작업에도 근로자들에게 불평을 자제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근로자들은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나도 클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회사에
정을 붙이고 일에 매진하고 있다.
송사장은 "거창한 약속보다 열심히 일해서 과실을 나눈다는 과정중심의
경영을 실천해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며 "지키지 못할수도 있는 약속과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게 조그만 소신"이라고 말한다.
양지원공구는 최고품질의 제품과 해외공장 확대로 이미 중소기업의
범주를 넘어섰지만 창업당시의 단순한 직급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각부서에 대리나 과장 차장이 동시에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직급을 올려주기보다는 급여를 올려주면서 동시에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따라 이회사의 작업형태는 현장중심으로 직.반장에게 작업시간 및
현장배치등의 권한을 부여해 자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고 있다.
책임과 권한이 적절히 배분되는 이같은 구조는 근로자의 주인정신을
북돋우는데 한몫 톡톡히 하고 있다.
임금결정방식도 독특하다.
연초 송사장은 현장대표들을 불러 인상요구에 대한 의견을 들은 뒤
지불능력이 있으면 근로자들의 요구이상으로 인상률을 결정한다.
근로자개인별 지급액결정은 더욱 특이하다.
개별근로자에 대한 현장 직반장의 고과에다 경영진의 고과를 합해 개인별
인상액을 공정하게 산출하고 있다.
이과정에서 평균인상률을 밑도는 근로자가 최소화되도록 배려함은
물론이다.
이같은 가족주의와 합리적인 인사원칙을 십여년간 실천한 결과
양지원공구의 생산성은 매년 20%이상씩 성장했고 이를 기반으로 매출액도
20%이상씩의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박삼석 근로자대표는 "경영진이 일과 관련해 근로자에게 요구하는 사항은
무척 많지만 요구하는 만큼 근로자들에게 분배해주는 경영자세때문에
만족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절삭공구의 품질에서 국내최고를 넘어 세계최고를 지향하는 양지원공구는
노사합심을 바탕으로 최근에 진출한 영국 독일등 선진국에서도 성가를
높이고 있다.
< 인천 = 김희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