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올 연말결산을 앞두고 벌써부터 비상이다.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등 대부분 은행들은 올 주식시장이 침체를 지속
하고 있는데다 대출금리 인하 등으로 예대이익도 줄어들어 자칫하면 적자
결산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다른해보다 일찍 수지보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일 서울 동화 평화 충청 제주 경기 등 지난 상반기에 당기순손실을 기록
했던 은행들은 특히 앞으로 한달동안의 결산대책이 얼마나 성과를 거두냐에
따라 연간실적이 좌우된다고 보고 흑자결산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은행들이 흑자결산을 위해 가장 힘을 쏟는 분야는 연체대출 축소.

은행감독원은 매년 11월말을 기준으로 자산건전성을 분류, 대손충당금을
쌓게 하고 있다.

따라서 대손충당금을 조금이라도 덜 쌓아 당기순이익을 더 많이 내기 위해선
이달말까지 연체대출을 축소하는게 급선무다.

이에 따라 대부분 은행들은 이달말까지는 연체대출 회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평화은행의 경우 "총력파이팅 100일작전"의 일환으로 본점직원 30%를 일선
영업점에 파견, 업무를 지원하고 연체대출을 회수토록 독려하고 있다.

서울은행도 노조를 중심으로 다음달 20일까지 "한마음 한시간 일 더하기
운동"을 전개, 손홍균 행장 구속으로 빚어진 어려움을 극복하고 흑자결산을
해낸다는 각오다.

은행들은 이와함께 미수이자및 특수채권 회수와 유휴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가능한한 많은 이익을 낸다는 계획이다.

제일은행의 경우 이달안에 야구장 부지를 매각할 계획이며 조흥 상업은행
등도 미수이자 회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이미 대손상각으로 처리한 특수채권의 경우 회수하는 돈이 전액 이익으로
계산되는 만큼 특수채권 회수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올 은행 수지를 좌우할 가장 큰 요인은 뭐니뭐니해도 주식평가손
누적이다.

현재 25개 일반은행의 주식평가손은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음달에도 증시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상당수 은행들은 적자결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은행들은 이에 따라 신규주식투자를 최소화하는 한편 은감원에서 유가증권
평가충당금 적립비율을 30%이하로 낮춰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 은행관계자는 "대형시중은행의 경우 종합주가지수가 900은 돼야 평가
충당금 적립 부담이 덜어진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거 적자결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돼 미수이자 회수 등을 통한 수지보전 대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