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이 사라지고 있다.

예전보다 김치를 적게 먹는데다 음식물쓰레기 단속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주부들이 아예 김장을 하지않고 사먹는 쪽으로 돌아서기 때문.

이에 더해 신세대 주부들이 번거롭게 김장을 담그고 보관을 하는데 정성을
기울이는 것보다 필요량만큼만 수시로 사먹을 수 있고 맛차원에서도 선도가
유지되는 공장김치를 선호하고 있는 것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경숙씨(44.서울송파구 송파동)는 지난해까지만해도 가족들에게 자신의
정성과 맛을 담아 김장김치 담그기를 고집했던 "옛날사람"이었지만 올해는
이를 과감히 포기했다.

10포기 정도의 적은 양의 김장을 하면서 음식물 쓰레기에 해당되는 배추
잎을 버리는 문제에 신경을 쓰기 싫은 것이 첫째 이유다.

서울은평구 불광동 다세대주택에 사는 정은숙씨(42)도 김장 쓰레기 문제로
김치를 사먹기로 했다.

정씨는 "김장을 할 때 나오는 야채 쓰레기도 문제지만 김치를 신선하게
보관하기도 어려운데다 시어버린 김치도 처치곤란한 쓰레기가 된다"며
"차라리 필요한 만큼 주문해서 먹는 속편한 쪽을 택했다"고 말했다.

상계동 아파트단지에 요즈음 신접살림을 차린 김애숙씨(24)는 공장김치를
사먹는 편이 담그는 것에 비해 비용이 오히려 적게들 것 같다는 신세대
나름대로의 판단에서 김장을 포기한 케이스.

김씨는 "50kg의 김장을 담그는데 14만7천2백50원가량이 든다고 물가협회가
자료를 내놓았다"면서 "같은 양을 사먹을 경우 14만5천원에서 해결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들의 이같은 김장감그기 회피로 김치제조업체들은 반색을 하며 매출을
늘려잡고 주부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판매공략을 시도하고 있는 것도 한
현상.

두산음료는 이번 김장철에 지난해보다 90%이상, 농협은 50%이상 늘어난
김장김치를 판매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자사김치의 우수성을 홍보하면서
각가정을 파고들고 있다.

< 채자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