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경 = 김영근특파원 ]]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언제쯤 성사될 것인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은 국제통상환경의 큰 변화를 초래하고 중국에
투자한 외국기업의 사업여건 또한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중대 변수다.

국제통상관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전망을 내놓는 근거는 이렇다.

이들은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서방선진국들이 세계 11위교역국인 중국을
세계무역기구에서 배제할 명분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중국이 지난해 7월 세계무역기구 옵서버 자격을 획득했고 그동안
중국의 가입을 직간접적으로 방해해왔던 미국마저 중국의 가입에 상당한
입장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때문에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은 시간문제"라는게 통상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선에 성공한 빌 클린턴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적극 나설 경우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
협상이 급진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늦어도 97년말까지는 가입할 것"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이 의외로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없는 것도 아니다.

중국은 미국의 압력에 못이겨 자국의 국익을 희생시켜 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의 국유기업과 합작기업들이 세계무역기구의 조기가입을 저지하기위해
대정부 로비를 본격화하고 있는 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의 주도권을 쥔 미국도 중국의 가입전제 조건을 국제사회에서
미치는 영향력기준(선진국)으로 해야한다는 기존 입장을 아직 고수하고 있고
가입이전에 중국이 통상관계제도를 뜯어 고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런 걸림돌은 미중간 관계개선으로 제거될 수 있다.

더욱이 서방선진국들이 중국을 상대로 쌍무협상을 계속하기 보다는 중국을
다자간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다소의 진통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은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이와관련, 오의 중국대외무역경제합작부장은 지난 14일 북경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에서 "최근 세계무역기구회의에 참가한 각국 대표들이 중국의
세계무역기구가입 의정서 및 6개 부속문건을 놓고 진지한 토론을 벌였으며
중국은 13개국과의 쌍무회담에서도 세계무역기구 가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공개했다.

오부장은 "세계무역기구 가입과 대미무역분쟁 해결을 낙관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이 임박했다는 것을 전제로 가입시기를
결정짓는 변수와 가입할 경우의 국제통상환경변화 및 한중경제협력 대응방안
등을 짚어본다.

[ 가입시기를 결정짓는 변수 ]

국제통상전문가들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에는 대내외적으로 여러가지
정치 경제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내부적으론 세계무역기구의 가입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우세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내 보수주의자들은 중앙~지방간의 이해대립이 심하다는 점을
지적, "과도한 대가를 지불하면서까지 조기 가입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용용도 중국세계무역기구수석대표(대외무역경제합작부소속)는 미국의
선진국지위 가입요구에 대해 "국익을 저해하면서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중국 고위층은 가능하면 빠른 시일내에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해 국제사회의
개방화 물결에 동승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치면서도 "득과 실"을 따져
가입하겠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외적 변수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둘러싼 미국 유럽연합(EU)과
중국간의 이해상충이다.

미국은 그동안 대중무역 적자폭이 증가하고 있는 점과 함께 중국 내수
시장의 폐쇄성 및 시장접근의 어려움에 불만을 토로해왔다.

세계경찰임을 자처해온 미국은 중국과의 통상협상에서도 인권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인권문제 변수들이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앞두고
논의되고 있지만 중국의 가입을 근본적으로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김광동 주중한국대사관경제공사는 "지금까지는 미국이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직간접적으로 저지해왔지만 이젠 가입을 권유하는 입장"이라며 "각종
국내외 변수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내년중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 국제 통상환경변화 ]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할때 개도국지위로 가입하느냐, 아니면 선진국
지위로 가입하느냐에 따라서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중국이 "개도국 지위가 아니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고 미국 일본 영국 등도 어느 정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여서
중국이 개도국 지위로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중국측 입장에서 볼때 미국은 매우 껄끄러운 통상파트너가 될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세계무역기구 설립협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힘의 논리로
슈퍼301조로 다른 나라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온게 사실이다.

이런 미국의 공격적 통상관행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는 순간
거센 도전과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노호진 대외경제정책연구원북경사무소연구원은 이에대해 "중국이 세계무역
기구에 가입할 경우 일부 국가들은 미국의 공격적 대외통상정책에서 피할 수
있는 은신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중국은 현재 세계무역기구를 제외한 모든 전세계 다자간 국제협상기구에
가입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 가입은 중국으로선 국제사회에서 "완벽한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중국은 가입 이후엔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증대시킬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 한중 경제협력 ]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 우리의 산업구조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올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최혜국대우를 누리게 될 것이고 우리도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중국에 공정한 시장접근 기회를 주어야 한다.

특히 중국산 저가농산물이나 불법복제공산품 모조품 등이 국내 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국내 시장은 큰 혼란에 빠지고 일부 산업의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중양국이 똑같은 호혜평등의 원칙을
적용하기로 하더라도 중국엔 적용되지 않은채 한국만 일방적으로 손해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유통장벽이 두텁고 개방일정도 산업별 업종별로 다르며 행정규제의
역할이 크다.

반면 한국은 시장진입장벽이 비교적 약하고 관세 등 경제수단에 의한
의존도가 높아 중국기업 입장에서 보면 한국시장 접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말이다.

이밖에 중국 저가소비재 공산품의 수입은 한국내 노동집약적 경공업 또는
단순자본 집약산업의 생산기반을 현저히 약화시킬 것이다.

또 해외시장에서 한중간 경쟁심화와 중국 내수시장에서의 합작기업간의
치열한 싸움은 한국 수출상품의 고급화와 고부가가치화를 "강요"하고
산업구조조정을 불가피하게 만들 전망이다.

특히 생산규모가 거대하고 기술품질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는 중국의
전자 및 반도체 산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이후 전자산업부문에서 한국을 추격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