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외산 일색이던 국내 PC게임시장에 최근 국산게임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만성적인 영세성과 개발인력의 부족, 유통망의 혼란으로 어려움을 겪던
국내PC게임 개발업체들이 새로운 아이템과 기술력보강등을 앞세워 그동안
안방을 차지하고 있던 미국 일본등 외산 게임들을 밀어내고 있는 것.

이에따라 그동안 "람보형" 전투게임과 NBA관련 스포츠게임, 일본산
사무라이게임에 치우쳐 있던 청소년들의 눈이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국산게임으로 옮겨지고 있다.

퓨처어브엔터테인먼트(FE)가 최근 발표한 "야화"가 그 대표적인 예.

장군의 아들 김두한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게임은 20~30년대 일제를
배경으로 시라소니와 그 추종자들을 등장시켜 한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사나이들의 세계를리얼하게 그렸다.

지난 9월 시판된 이 게임은 국산게임으로는 드물게 4억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돼 화제를 모았을 뿐 아니라 기존게임이 단순한 치고받기형
게임이었던 것에 비해 조직원 관리를 위해 보스가 회식을 시켜주거나 용돈을
주는등 실제상황과 비슷한 줄거리로 돼있어 게임마니아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게임은 그 줄거리뿐 아니라 외산 게임과 대적할 만한 화려한 그래픽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고가 워크스테이션을 이용, 3차원의 부드러운 액션과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시판된지 3개월만에 1만7,000여카피라는 놀라운 판매실적을
보여 올해 3만5,000~4만카피를 판매하면서 최대 히트작으로 떠오른 미국산
"워크래프트"나 "커맨드 앤 컨커"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FE는 게임시장 성수기인 올 연말쯤이면 상당한 실적을 올릴 것으로 보고
후속타로 "야화2"도 준비중이다.

야화의 인기에 힘입어 다른 게임개발업체들도 잇따라 히트작을 내놓고 있다.

단비시스템은 1만2,000카피의 실적을 올렸던 "마이러브"에 이어 "까꿍"을
선보였다.

이 게임은 만화영화를 소재로 한 게임으로 등장인물을 성장시키는 육성
시뮬레이션을 사용, 인물의 능력을 원하는 방향으로 키우면서 진행할수
있다.

지난해 RP게임(롤플레잉게임, 역할을 분담해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인
"창세기전I"을 선보이며 국내PC게임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던 소프트맥스사도
연말께 "창세기전II"를 내놓을 예정이다.

창세기전은 지난해 2만카피가 판매됐던 게임으로 올해도 제품이 나오기전
부터 프랑스와 수출계약이 체결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외에 밉스시스템사(캠퍼스 히어로즈) 빅콤사(극초호권)
아이투엔터프라이즈(귀천도)등도 3차원영상의 화려한 그래픽을 무기로 국산
게임업계의 시장탈환을 선도하고 있다.

이와함께 우리고전을 소재로 한 게임도 인기를 얻고 있다.

미리내소프트사는 "나무꾼이야기" "으라차차"등 순수 국내고전을 줄거리로
게임을 제작, 외국게임이 줄 수 없는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트리거소프트사는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충무공전"을 셰어웨어(게임의
일부분을 플레이 해보고 구입할 수 있는 제품)형태로 판매,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아담소프트사는 인기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을 내세운 "컴백 태지
보이스"란 게임을, 타프시스템은 화제를 모았던 TV드라마 "애인"과 비슷한
줄거리를 가진 "스피드업"등을 시판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점차 인기를 모으고 있는 국산PC게임의 수출도 늘어나고
있어 게임개발업체들이 외제를 능가하는 PC게임 개발을 더욱 가속화시켜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 박수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