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서울인가 상하이인가"

중국 상하이 포서지구(상하이는 황포강을 경계로 미개발지인 포동과
번화가 포서지구로 나뉜다)의 패션거리 휘하이로를 거닐다 보면 이런
의문에 빠지게 된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멋쟁이 딩 슈이리씨(24.골프채제조회사 근무)는 한달에
옷 구입비로 2,000원을 쓸 만큼 패션에 관심많은 여성.

일주일에 두세번은 휘하이로에 나오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제시카"(일이토킨사)와 "베네통"이다.

량셍진씨(양생금.24.여)와 후이루씨(21.남)커플은 둘다 직장이 근방인
관계로 이 거리를 자주 찾는다.

한달에 1,500원을 버는 이들은 "에스프리""엘르"등의 외국브랜드를
좋아하지만 한벌에 800~1,000원하는 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휘하이둥로회
(우리나라 동대문시장같은 대형도매시장)에서 100~200원하는 옷도 곧잘
사입는다고.

하지만 청바지만은 "핑궈판"(빨간 사과가 트레이드마크인 중국 브랜드)
보다는 "게스" "캘빈 클라인"등의 미국브랜드를 고집한다.

이 거리에서는 갈색 노랑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여성도 곧잘 만날수
있다.

상하이 신세계백화점의 김강민총경리는 "상하이매장은 각국 의류브랜드의
중국시장내 안테나숍"이라고 전한다.

중국인 중에서도 이곳 사람들이 가장 감각을 중시하고 가격에는 무심하기
때문.

대부분의 외국 브랜드들은 개당 연5만~6만원이 드는 "라이트박스"(거리의
조명광고판)를 5~10개씩 설치하고 있다.

상하이의 한 일본인 패션관계자는 "중국에는 "구치" "페라가모"등
대부분의 고가 유명브랜드가 다 들어와있다"며 "10~15년뒤면 지금의
한국처럼 이들이 맹위를 떨칠 것"이라고 전했다.

< 중국 상하이=조정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