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공단지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이 말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다.

자금난 인력난 판매난의 3중고라는 것이 어떤 정책의 변화나 입주업체의
자구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입주업체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의 회생을
위해 농공단지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음은 주목할만한 변화다.

업체들의 자구노력은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이다.

나주 동수농공단지의 (주)삼우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김상철사장은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이같은 흐름이 확산되고 있음을 설명했다.

보증관계로 어쩔 수 없이 부도회사를 인수, 생산과 유통과정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경영에 나선 김사장은 "공장에서 숙식을 하고 판로개척을
위해 뛰고 자가용을 처분하는 등의 노력을 다한 결과 거의 2년만에 회사를
정상화시킬 수 있었다"면서 정부의 지원에 앞서 업체들이 경영난 극복에
스스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남 화순군 도곡농공단지에서 배기가스 정화장치를 생산하고 있는
(주)유일산업의 정병천사장도 "입주업체들이 제기한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맞다 치더라도 이들이 하루아침에 바뀌어 질 수 없는 것도 현실"이라고
전제, 일단은 자구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런가하면 지방자치단체들이 농공단지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는 점도
입주업체들에게 커다란 희망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남 장흥군 지역경제과의 김동옥과장은 "최대한의 행정서비스만이
3중고에 시달리는 입주업체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어줄 수 있을 것"이라며
"군청의 상공계장과 정보통신계장 등 중간간부급이 판촉반을 구성해
입주업체 제품 판매에 나선 일이 낯설은 풍경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장흥군 장평농공단지에서 컴퓨터주변기기를 생산하는 옥천산업(주)의
김영수사장은 군청이 입주업체를 위해 판로개척에 나서고 제품홍보에
앞장서는 과거에는 생각도 하지 못할 꿈같은 일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군의 이같은 자세전환에 대해 김상철 사장도 나주시청으로부터 본청
1층 로비에 나주지역 제조업체의 제품을 전시하는 진열대에 생산품을
전시해줄 것을 요청받은 경험을 이야기하며 달라진 공무원들의 자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밖에 군청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업체를 금융기관에 추천해 자금지원을
받게 하는 경우도 전에는 생각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많이 현실화됐다.

장평농공단지에서 석재가공을 하는 (주)한국석재의 위정남사장.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해 공장건설이 중단되는 위기를
맞은 그는 군청이 직접 공무원을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자금지원 관련기관과
은행에 보내 자금지원을 받게해줘 경영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 TV에서
보던 싱가폴 공무원들의 자세와 다름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이같은 행정지원이 모든 지자체에서 잘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내균 전남농공단지협의회 회장은 "자치단체의 이런 노력이 전 지역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일부 지역에 그치고 있는 것이 한계"라고 밝히면서 이같은
"바람"의 확산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회장은 실례로 "지난달 광주에서 이 지역 농공단지 입주업체 생산품
전시회가 열렸을 때 도지사가 직접 테이프커팅을 해주고 업체들을 격려해
주기를 바랬지만 결국 희망사항으로 그쳤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부의 정책이 중소기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대전제와 함께
입주업체들이 기술개발과 시장확대에 최선을 노력을 다해야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한 농공단지를 당초의 설립목적에 맞는 백조로 환골탈태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광주은행 중앙연구소 김국현박사는 강조했다.

< 광주=최수용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