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그룹들이 환율 급변으로 내년도 사업계획에 적용할 사내 환율의
전면 재조정에 나서는 등 사업계획 수립에 혼선을 빚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올연말까지 달러당 8백10원선에 머물 것으로 예측되던
원화환율이 최근 급등한데 이어 클린턴 재선이후 환율 상황이 다시 변화할
조짐이 보이자 각 그룹들이 이미 지난 9, 10월중 확정해 계열사에 통보했던
내년도 사내 환율에 대한 수정작업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따라 종전에 확정했던 환율을 기준으로 잡았던 매출및 투자계획도
연쇄적으로 재조정해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 9월 각 계열사에 내년 사업계획에 적용할 사내 환율을
달러당 8백15원(연평균)으로 확정해 통보했으나 최근 환율 급변으로 곧
사내 환율을 재조정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현기춘 부장은 "최근 원화가치가 예상과 달리 큰
폭으로 떨어져 내년 환율 전망의 기본이 흔들리고 있다"며 "곧 사내 환율의
수정작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화그룹도 9월 책정했던 내년 연평균 환율(달러당 8백10원)을 이달
중순까지의 상황을 보아가며 재조정하기로 했다.

기아그룹도 당초 예상했던 내년 사내 환율(7백90원)을 전면 수정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밖에 내년 환율을 달러당 8백~8백10원대로 책정했던 일부 중견그룹들도
사내환율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처럼 사내 환율 재조정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은 대기업그룹의
경우 달러환율 전망이 1원만 틀려도 수익자체에 약 30억원 정도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우 환율변동폭이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 당초 확정한 사내
환율을 재조정하지 않고 사업년도에 부분적인 조정을 해왔으나 올해는
연말 환율 변동폭이 커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대우그룹은 내년 달러환율을 8백6원(연말기준)으로 잡아놓고
있으나 환율 재조정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우경제연구소 한상춘 연구위원은 "내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고비로
환율이 제자리로 돌아올 것으로 본다"며 "그룹의 경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사내환율을 보수적으로 잡는다는게 대우그룹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의 환율전망을 책임지고 있는 삼성경제연구소도 계열사의 환율
재조정 요청으로 당초 전망치(8백10원, 연말)를 수정키로 했으나 원화
평가절하는 경영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고 판단, 당초 사내환율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이날 최종 결정했다.

< 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