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 특약 독점 전재 ]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경제발전은 대기업의 손에 달려 있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전세계적으로 대기업은 수십만명의 직원을 고용하면서 동시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는등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자못 크다.

또 세계 1백대기업의 주식싯가총액은 4조5천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엄청나다.

이로 인해 대기업발전은 그 나라의 경제성장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믿어왔다.

마치 "제너럴모터스 성공=미경제성장"의 등식처럼.

그러나 과연 그럴까.

최근 레슬리 한나 런던경제대학원(LSE)연구원은 한 나라의 경제성장과
대기업 성공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둘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위해 한나는 지난 1912년 당시 1백대기업을 선정, 이들의 당시
싯가총액과 95년 시장가치를 비교 분석했다.

그가 이처럼 1912년 당시 기업을 선택한 이유는 연구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서다.

즉 오늘날 살아남은 기업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사라진 기업이 경제에
미친 변수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선정한 1백개 기업중 절반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됐다.

대부분 합병을 통해 사라진 이들 기업의 경우는 S&P 500지수의 추정치에
의존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영국 대기업의 평균 성취도는 1.9(인플레를 감안해서
1912년의 기업 싯가총액을 1995년의 싯가총액으로 나눈 비율 즉 1995년
싯가총액이 1912년의 1.7배)로 미국의 1.5 독일의 1.2보다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영국의 높은 기업성취도에 비춰봤을때 현재 영국경제는 미국 독일을
크게 앞질러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1912년 이후 영국의 경제상장율은 미국과 독일보다 훨씬 낮다.

또 이번 조사에서는 섬유등 9개 산업별성취도 격차가 국가별 차이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즉 섬유.가죽업종의 성취도가 0.1인데 비해 석유업종은 3.7로 업종간
격차가 매우 크다.

이처럼 국가간 격차가 상대적으로 좁은데 대해 한나박사는 이들 국가들이
산업간 "모방"을 통해 그 격차를 줄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화학산업이다.

1912년 당시 영국 미국 독일의 화학산업은 각기 나름대로의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연구에 중점을 둔 독일에 비해 미국은 화약을 중심으로 한 내수시장공략에
촛점을 맞췄다.

그러나 오늘날 이들 국가의 화학산업전략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동안 이들은 제품개발 시장공략등 마케팅전략을 서로 모방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모방에 뒤진 회사들은 자연 도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자산업의 영업성취도가 2.7인데 비해 동업종에 속한 미 웨스팅하우스사의
경우는 그 4분의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만큼 이 회사는 독일 지멘스사등 경쟁업체를 모방하는데 소홀했다는
얘기다.

이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나박사는 대기업의 발전이 그 나라의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하리라는 일반의 인식은 사실과 다르게 나타났다고 주장
했다.

그렇다면 미국과 독일이 영국에 비해 기업들의 낮은 영업성취도에도 불구
하고 경제성장율에서 앞선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한나박사는 경제성장에 영향을 크게 미친 것은 대기업이 아니라
오히려 중소기업이었다고 설명한다.

즉 미.독중소기업의 분발덕분이라는 설명이다.

결론적으로 한나박사는 한 나라의 경제를 살찌우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야할
기업정책의 두가지 중요한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는 정부의 기업육성책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대기업들로 하여금 제대로 먹혀들어간다고 판단이 될 경우 경쟁사의
마케팅전략도 과감히 모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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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h of the titants"
Nov. 2nd, 1996 c The Economicst, London

<정리=김수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6일자).